정부가 원자력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원자력진흥위원회는 20년 내 중간저장시설, 3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도록 했다. 오는 2059년 완료 목표인 로드맵으로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와 유치지역 등이 참여하는 지원위를 신설하며 독립적인 전담조직을 두고 특별법 제정도 진행할 방침이다.

원전 소재 지자체들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한시적 운영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제대로 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위한 공동 대응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해왔다. 전남도를 비롯한 원전 소재 광역 행정협의회도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지역의 참여를 배제한 채 온라인 의견수렴과 토론회를 열어 원자력진흥위에 상정했다면서 법률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운영에 대해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6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빛원전이 위치한 영광군 공동대책위원회도 철회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수만 년간 방사능폐기물을 보관할 적합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정부는 지난 1986년부터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부지를 물색했으나 수차례에 걸친 논의 동안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고 지역과 지역, 주민과 주민간 갈등만 반복돼온 터였다. 이에 따라 이번에 주민투표를 통한 최종 부지 확정 등 여론수렴 절차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과 지자체들은 일방적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고 불안해 한다. 나아가 임시가 아닌 영구시설화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과 관리에 대한 시급성을 인지해 적극적으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희생을 강요당한 지역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옳지 않다. 사회적 갈등과 지역 내 분쟁을 초래할 위험천만한 행위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전면 재검토 역시 고려해야 한다. 늦었다고 ‘덤터기 씌우듯’ 마무리해선 안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일 아닌가. 함께 고민해 적절한 해법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