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인 장희구 박사가 한자능력 검정시험을 위한 자원대사전(백산출판사刊)을 출간했다. 이번에 발간한 사전은 장 박사가 지난 30여년 간 3천500자로 집필한 1천200여쪽 분량의 한자 학습서다. 손수 그려낸 삽화와 함께 한자 자원, 필순 등이 초급 수준의 8급 한자부터 고급 수준인 1급 한자까지 순서대로 구성돼 있다.

“한자 3천500자가 걸어온 발자취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편집에만 꼬박 3년이 걸릴 정도로 아주 방대한 작업이었습니다. 집념을 갖고 제 평생을 바쳐 만들어온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물론 한문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학생들을 위한 쓰기본이나 문제집 풀이본과 같은 자료는 다수 있지만 교사를 위한 지도서의 부재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것이 장 박사의 말이다.

“교사용 지도서가 없어 학생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도자들의 부끄러움은 아닙니다. 학생들이 삽화와 함께 학습 자료와 한자를 배우고, 교사들은 한자를 올바르게 지도하는 안내자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지도서와 학습서를 겸한 자료를 간행하게 됐습니다.”

장희구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소위 말하는 ‘한글세대’가 등장한 이후 한자와 한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장 박사는 한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말은 있지만 글이 없을 때 한자가 우리나라에 유입됐습니다. 어휘적 소통이 빈약한 때 한자가 자연스레 우리 글로 정착돼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대왕이 1446년 훈민정음 28자를 제정 반포해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도록 배려했죠. 우리말에서 거의 70%가 한문일 만큼 그 비중은 대단히 큽니다. 이렇듯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람 이름이나 땅 이름, 그리고 교과서나 국어사전 등에 나오는 수많은 한자말들이 이러한 실정을 여실히 증명합니다. 그렇기에 한자문화권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한자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한자를 익히는 주요한 목표는 우리말의 바른 이해에 있습니다.”

특히, 본보에 10년 이상 400여편이 넘는 ‘한시 향기품은 번안시조’를 연재하고 있는 장 박사는 그동안의 결과물을 책으로 낼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번안시조 문학전집으로 총 24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그는 한시를 시조로 바꿔 문학평론으로 재해석하는 ‘번안시조’를 통해 새로운 장르이자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문학계에 퍼져나가는 ‘퓨전문학’을 실천하고 있다.

“출간을 준비 중인 전집은 번안의 역사를 한시, 시조, 평론으로 승화시킨 시조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자에 까막눈인 한글 세대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번안시조로 일궈냈죠. 시문 속에 담긴 시인의 생각와 화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감상적 태도와 평설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우리 민족의 전통시조와 한시의 유사성 그리고 상호보완성을 규명하기 위해 한평생을 한시 번안과 시조 평론, 한자 연구·발굴을 위해 노력해온 장 박사는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우리 선현의 얼이 깊숙이 스며있는 한시를 현대시조로 번안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선현문학의 연구와 발전은 현재의 우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책무이기도 합니다. 천 년을 이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 갈래인 시조를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관련 작업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한편, 저자 장희구 박사는 전남 장흥 출신으로 광주교대 학사, 조선대 석사·박사를 졸업하고, 조선대·순천대 등에서 교양 국어와 작문 강의를, 서울교대·공주교대 등에서 한자한문교육 강의를 했다. 대중들이 시조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본보 문화면에 10여년 동안 꾸준히 ‘한시 향기 품은 번안시조’를 연재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