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 박덕은 문학평론가
- 재생 준비중
2021. 12. 06(월) 18:37 가+가-
▶시 ‘손저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손때 묻은 손저울의 눈금을 바라보고 있다. 거기서 눈금 하나 가지고 밀고 당기며 살아가는 농부의 마음을 발견한다. 시골장 어귀에서 흔히 만나는 정경, 긴장감이 팽팽히 서로를 당기고 있다. 한 쪽은 저울대 머리 쪽으로 추를 끌어당기려는 꾼, 다른 한 쪽은 그 반대편으로 추를 끌고 가고픈 농부. 어느새 눈물 한 방울이 갈고리에 걸린다. 눈금 위에서 춤추는 세파, 궁핍한 그림자, 그리고 쌓이는 한숨 소리. 여기서 또 하나의 소리가 들린다. 사랑한다는 말도 피皮를 떨고 나면 몇 근이나 남을까. 그게 궁금해진다. 시 속으로 졸졸 흐르는 해학과 풍자가 독자의 가슴속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과 웃음을 발굴해내고 있다.
▶시조 ‘황진이’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황진이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잠시 공감대를 형성하며 하나 되고 있다. 가슴속에는 꿈과 외침이 함께 존재한다. 또한 눈물과 호소력과 맺힌 한, 그리고 유혹의 콧소리도 함께 뒹군다. 은달빛과 단아함도 함께하고, 가야금 튕기는 소리, 밤 지새는 이별과도 함께한다. 시각 이미지, 후각 이미지, 청각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배치하여 아름다운 이미지 구현을 이룩해 놓은 멋진 시조에 독자들은 한껏 빠져들고 있다. 특히, 황진이의 슬프듯 고운 시심이 고요롭게 전달되고 있어, 아름다운 감성의 파노라마도 가슴에 안아 볼 수 있다. 거기서 느끼는 섬세한 감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시 ‘비의 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비의 문’에 대해 관찰하고, 거기에 매달린 상징과 의미를 파헤치고 있다. 마주한 표현이 머문 기억이 계절 탓을 닮아 간다. 꿈이 따라나선 길, 마른 하늘, 뜀박질이 좋은 목적어 등등이 모두 기다림이다. 돌잡이 끝난 다짐, 높여논 정성, 어제를 묻은 청춘, 눈이 들어간 하늘을 만지는 가슴, 하늘에 대한 안부 묻는 일, 바람의 촉수 건들이는 일, 비의 숨결이 움튼 하늘, 그 속으로 흐르고 있는 상징의 답답함, 더불어 흐린 하늘, 오늘도 흐리다. ‘비의 문’은 해결의 열쇠를 주고, 방향과 깃발을 안겨 주어야 하는데, 앞과 뒤, 위와 아래, 모두 답답하기만 하다. 갈 길 잃고, 갈 바 모르는 현대인들의 답답함을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다. 독자들에게 이처럼 사색의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어, 참 고맙다.
▶수필 ‘빈 의자’
이 수필에서 서술자는 산문, 일주문을 지나 산길을 한참 올라 어느 법당에 이른다. 인적 드물고 나무와 짐승이 함께하는 곳, 사철 꽃과 새소리 가득한 곳, 거기 앞뜰 후박나무에는 스님의 가슴속 사연들이 매달려 있고, 땅속에 묻힌 스님은 말이 없다. 자연스럽게, 스님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펼쳐진다. 선물 받은 난 한 분이 마음에 걸려 애를 태웠다는 스님, 거추장스러운 욕심, 저만치 밀쳐두고 대나무 끝을 날카롭게 깎아 날마다 자신을 곧추세워 외로운 수행을 했던 스님,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어, 당당하고 가벼운 걸음으로 향기 남기고 저세상으로 떠난 스님, 그 스님이 기거하던 토방엔 아직도 투박한 나무의자가 놓여 있다. 거기서 생각에 잠겨 다짐을 하고 애상에 젖었을 스님, 그 의자를 거울 삼아, 욕심 찌꺼기를 비우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삶을 꿈꾸는 서술자, 그의 마음이 곧 독자의 마음이 된다. 암자와 스님과 의자, 여기에 담긴 무소유, 비움, 당당한 삶, 사색의 여생,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 등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이런 수필이 있어, 현대인은 결코 외롭지 않다.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손때 묻은 손저울의 눈금을 바라보고 있다. 거기서 눈금 하나 가지고 밀고 당기며 살아가는 농부의 마음을 발견한다. 시골장 어귀에서 흔히 만나는 정경, 긴장감이 팽팽히 서로를 당기고 있다. 한 쪽은 저울대 머리 쪽으로 추를 끌어당기려는 꾼, 다른 한 쪽은 그 반대편으로 추를 끌고 가고픈 농부. 어느새 눈물 한 방울이 갈고리에 걸린다. 눈금 위에서 춤추는 세파, 궁핍한 그림자, 그리고 쌓이는 한숨 소리. 여기서 또 하나의 소리가 들린다. 사랑한다는 말도 피皮를 떨고 나면 몇 근이나 남을까. 그게 궁금해진다. 시 속으로 졸졸 흐르는 해학과 풍자가 독자의 가슴속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과 웃음을 발굴해내고 있다.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황진이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잠시 공감대를 형성하며 하나 되고 있다. 가슴속에는 꿈과 외침이 함께 존재한다. 또한 눈물과 호소력과 맺힌 한, 그리고 유혹의 콧소리도 함께 뒹군다. 은달빛과 단아함도 함께하고, 가야금 튕기는 소리, 밤 지새는 이별과도 함께한다. 시각 이미지, 후각 이미지, 청각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배치하여 아름다운 이미지 구현을 이룩해 놓은 멋진 시조에 독자들은 한껏 빠져들고 있다. 특히, 황진이의 슬프듯 고운 시심이 고요롭게 전달되고 있어, 아름다운 감성의 파노라마도 가슴에 안아 볼 수 있다. 거기서 느끼는 섬세한 감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시 ‘비의 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비의 문’에 대해 관찰하고, 거기에 매달린 상징과 의미를 파헤치고 있다. 마주한 표현이 머문 기억이 계절 탓을 닮아 간다. 꿈이 따라나선 길, 마른 하늘, 뜀박질이 좋은 목적어 등등이 모두 기다림이다. 돌잡이 끝난 다짐, 높여논 정성, 어제를 묻은 청춘, 눈이 들어간 하늘을 만지는 가슴, 하늘에 대한 안부 묻는 일, 바람의 촉수 건들이는 일, 비의 숨결이 움튼 하늘, 그 속으로 흐르고 있는 상징의 답답함, 더불어 흐린 하늘, 오늘도 흐리다. ‘비의 문’은 해결의 열쇠를 주고, 방향과 깃발을 안겨 주어야 하는데, 앞과 뒤, 위와 아래, 모두 답답하기만 하다. 갈 길 잃고, 갈 바 모르는 현대인들의 답답함을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다. 독자들에게 이처럼 사색의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어, 참 고맙다.
▶수필 ‘빈 의자’
이 수필에서 서술자는 산문, 일주문을 지나 산길을 한참 올라 어느 법당에 이른다. 인적 드물고 나무와 짐승이 함께하는 곳, 사철 꽃과 새소리 가득한 곳, 거기 앞뜰 후박나무에는 스님의 가슴속 사연들이 매달려 있고, 땅속에 묻힌 스님은 말이 없다. 자연스럽게, 스님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펼쳐진다. 선물 받은 난 한 분이 마음에 걸려 애를 태웠다는 스님, 거추장스러운 욕심, 저만치 밀쳐두고 대나무 끝을 날카롭게 깎아 날마다 자신을 곧추세워 외로운 수행을 했던 스님,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어, 당당하고 가벼운 걸음으로 향기 남기고 저세상으로 떠난 스님, 그 스님이 기거하던 토방엔 아직도 투박한 나무의자가 놓여 있다. 거기서 생각에 잠겨 다짐을 하고 애상에 젖었을 스님, 그 의자를 거울 삼아, 욕심 찌꺼기를 비우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삶을 꿈꾸는 서술자, 그의 마음이 곧 독자의 마음이 된다. 암자와 스님과 의자, 여기에 담긴 무소유, 비움, 당당한 삶, 사색의 여생,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 등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이런 수필이 있어, 현대인은 결코 외롭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