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픈 역사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잊혀지는 역사를 올바르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게 됐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엮어낸 소설책이 출간됐다. 은미희 작가의 ‘나비, 날다’이다.

은 작가는 지난 4일 열린 북콘서트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은 열다섯 살 소녀가 이역만리로 끌려가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살면서 겪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소설은 주인공 순분이 일본 군인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열다섯 소녀가 어떻게 위안부로 가게 됐는지, 또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등 위안부의 참혹한 실상과 일본군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제 견해는 최대한 배제했어요. 너무 참혹한 내용들이 많아 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럼에도 제가 이 글을 쓰고자 한 것은 어떻게든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거대한 폭력 앞에 한 소녀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고, 국가가 보호해 주지 못하는 소녀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생각해보자는 데에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쓰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참 아팠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참혹하고 잔인해 이 글을 쓰게 된 것을 후회했죠.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어요. 누가 읽든, 읽지 않든 기록을 남기자는 마음으로 어렵게 이 소설을 써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아닌 할머니들이 쓴 것과 다름 없어요.”

은미희 작가가 지난 4일 ‘나비, 날다’ 북콘서트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역사는 간혹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 진실이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작가의 이야기다.

“일본인들은 2차 대전 패망 이후 자신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킨 ‘요꼬이야기’를 미국 도서관과 학교에 뿌리는 등 비인도적인 작태를 계속해서 보여왔습니다. 이에 비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발적인 매춘부라는 거짓된 주장들을 계속해서 일삼고 있어요. 이렇게 과거를 망각하고 왜곡하는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선 우리들도 역사의 진실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상기시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나비, 날다’는 아프지만 마주해야 하는 진실을 알리는 책이라고 강조했다.

“쓰는 동안 많이 아팠던 것처럼 읽는 고통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생존자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명예와 존엄은 아직도 회복되지 못했어요. 이 소설은 그런 할머니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입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