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며칠간은 현기증과 근육통 정도만 있어서 항생제와 두통약 먹고 견디며 생활했는데, 일주일도 지났는데 점점 고통으로 잠을 잘 수가 없어. 너무 머리가 아프고 근육통과 구토 증상에 열이 40도 가깝게 오르고 약 먹어도 떨어지지 않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아서 몇 군데를 돌다가 청주까지 왔어.”

며칠 전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힘없이 울먹이며 죽을 만큼 아프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코로나 백신 후유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고, 일단 머리가 아프니 신경내과에서 여러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이 없어서 다시 호흡기내과로 가서 여러 검사를 하고 결국 항생제와 해열제 처방을 받았다고 한다. 동생은 다시 대학병원으로 입원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병원 치료가 일반인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수익을 맞추기 위해 사무장을 두고 진료 컨설팅이 성행하고 과잉 진료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계속 변이 바이러스는 등장할 것이고 질병은 우리 삶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 서서히 ‘위드코로나’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역병이 없을 때도 삶이 고달프던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은 병원이 포화상태인 요즘 어떻게 살아갈까? 아프면 일반인들도 여러 병원을 전전긍긍하며 찾아 다닐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장애인들은 더 소외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회 전반적으로 모두 어렵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태다.

이런 어려운 시절에 공공의료를 담당할 반가운 의료원이 문을 열었다. ‘우리동네의원’이다. 광주에서는 처음이다. 891명의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구성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의료기관으로, 사회적 약자를 공동으로 보살피는 의료공동체다.

‘우리동네의원’은 시민조합원이 주인이 돼 운영에 참여하며 함께 치료가 필요한 약자들을 돌보게 된다. 광산구와 시민단체가 2015년부터 의료복지협동조합을 준비해서 시민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조합원이 되면서 참 인간적인 공공의료원이 광주에 들어선 것이다.

광주의 공동체 정신은 우리 사회가 위태로울 때 그 결정체가 드러나곤 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가장 어려운 시절에 따스한 빛과 같은 소식이다. 광산구 우산동은 부근에 하남공단이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영구임대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우산동 빛고을국민체육센터 1층에 공공 의료 돌봄 시스템을 갖춘 ‘우리동네의원’이 들어섰다니 그 뜻에 맞게 자리도 잘 잡은 것이다.

조선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근무했던 임형석 원장님을 비롯한 간호사, 방사선과, 작업치료사 등 의료진 4명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감수하고 상주하며 가정의학과, 내과 진료를 한다.

특히 장애 친화적 진료를 제공하고 조합원에게는 전담 주치의가 지정되어 관리되며, 조합운영, 교육과 강좌 등에 참여할 수 있고, 조합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우리동네의원’ 조합원들은 공동체의 돌봄 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선한 의지의 결합체다. 참으로 놀라운 공동체 정신이다.

정남관 이사는 오히려 늦었다고 자책하며 말했다. “전국 24개 협동조합이 이미 있습니다. 광주가 늦은 것이죠. ‘우리동네의원’의 의료진들은 환자가 병원을 찾는 진료뿐 아니라, 오후에는 노약자나 장애인을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도 합니다. 방문할 경우 환자들의 식단 관리, 주거환경의 문제, 사회적 관계개선 등의 생활문제도 함께 돌봄이 가능하죠. 복지가 현장까지 다가갈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서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장애인들과 취약계층 친화병원은 공공의료에서 챙겨야 합니다. 상업적인 의료환경시스템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라고 그동안 광주에서 소외된 복지가 의료복지였음을 강조했다.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실현하기 위하여 준비한 ‘우리동네의원’은 의사와 환자, 이웃이 함께 치유하는 주치의제를 실현하고 의료와 돌봄을 통합, 장애인의 건강권을 실현하는 공공의료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광주 정신의 실천이다. 나도 조합원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