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탄소배출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금년 들어 유난히 더운 폭염과 열대야의 힘든 여름을 보냈지만 이제는 완연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델타바이러스 변종 출현 등 인류의 삶을 위협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K-방역을 성공으로 이끌며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았고 백신허브 구축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광주시도 시민들과 방역주체가 원팀이 되어 과학적인 동선 추적으로 접촉자를 최단시간 내 찾아내어 확진자수를 최소화하는 등 K-방역의 중심에서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내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광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발전을 위해서도 행정영역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참여예산제도도 그 일환이다

시민참여예산제도는 2004년 광주시 북구에서 전국 최초로 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한데서 출발했다. 광주시는 2011년 처음 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하고 제1기 시민참여예산위원회(2011-2012)를 구성한 이래 현재 제6기 시민참여예산위원회(2021-2022)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참여예산위원회는 총 7개 분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영역에서 일반시민인 분과위원들이 행정이 아닌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사업을 심사하고 있다. 필자는 그 가운데 시민들이 제안한 시민참여예산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선정되는가를 제6기 일반행정분과위원회 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시민참여예산을 선정하는데 있어 좋은 사업이란 어떤 사업일까? 하나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공동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는 사업이요, 다른 하나는, 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행정이 ‘해야만 하는 일’을 제안하는 사업이다. 시민들이 제안한 사업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으나 각 부서검토 결과 부적합(법령과 조례위반, 현재 추진 중인 중복사업, 특정 개인이나 단체 이익 등) 사업의 유형에 들어 안타깝게 탈락하는 사례가 많다.

사업선정은 사업공모와 1차 심사, 협치(컨설팅), 2차 심사, 운영위원회 회의, 총회 투표를 차례로 거쳐 사업을 선정한 후 최종 시의회에 상정한다.

시민이 제안한 사업 가운데에는 아이디어가 참신하거나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좋은 사업들 중 내용이 부족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 경우 참여위원이 제안자와 상의한 후 전문가, 담당자 등과 함께 협치(컨설팅)를 통해 이를 심도 있게 조정할 수 있다.

2022년 시민이 제안한 총 514건의 사업 가운데 일반행정분과에 24건이 접수되어 최종 5건이 선정되었다. 그 가운데 ‘복지사각지대에 소화기 보급’은 검토결과, 주택소방시설 계속 보급사업으로 중복사업에 해당되어 탈락대상이었다. 하지만 협치 후 이 사업을 제안자와 상의하고 설득하여 ‘노후공동주택 옥상출입문 비상문자동개폐장치 설치’사업으로 이름과 내용을 조정하여 반영될 수 있었다. 이 사업은 아파트 화재발생시 입주민이 신속하게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여 인명피해를 줄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와 같이 시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와 사업 하나하나가 시민의 삶의 질을 바꾼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논의와 숙의과정을 거쳐 선정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광주시의 2022년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사업 유형은 시정참여형, 시정협치형, 지역참여형, 동단위계획형 등이며 예산은 총 125억이다. 이 가운데 시민참여예산위원들이 심사 과정을 통해 사업을 선정하는 시정참여형의 경우, 최종 사업선정권한은 시민과 위원 각각 50%로 투표제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시민참여예산제도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통해 활성화되고 완성된다. 시민참여예산제도 역시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게 된다.

따라서 시민참여예산제도의 활성화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운데 믿고 신뢰하는 광주시정을 구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이 활짝 열리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