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메달로 표시되는 한국의 공식적인 성적표는 금 6·은 4·동 10개로 총 20개 메달을 획득하여 세계 16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올림픽은 메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김연경 선수가 이끈 여자배구는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 어떤 메달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김연경 선수의 투혼은 물론이요, 선수 모두가 하나가 된 모습은 코로나와 불볕더위로 힘든 국민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정치·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가고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스포츠 분야는 아닌 것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 광주여대에 재학 중인 양궁 안산 선수는 금메달 3개를 획득하면서 우리나라 하계 올림픽 사상 한 선수가 금메달 세 개를 획득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광주 서구청 실업팀 소속 강영미 선수는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광주시청 실업팀 소속 전웅태 선수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근대5종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스포츠 분야에서 생활 체육 분야의 비중이 점점 더 커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느낀 것처럼 엘리트 체육의 가치와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생활 체육이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라면 엘리트 체육은 국가 위상 및 국민의 레저생활과 관련된다. 국제 운동경기를 통한 국민 통합도 무시할 수 없는 소득이다. 광주·전남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프로야구(기아 타이거즈), 서서히 저변을 확대시켜가고 있는 프로축구(광주 FC), 그리고 새로 유치한 프로 여자배구단(가칭 페퍼 배구단) 역시 엘리트 체육 분야의 영역이다.

프로 스포츠를 포함하여 엘리트 스포츠가 활성화되려면 유소년 스포츠단의 육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운동부가 많아야 체육특기자가 많아지고 그래야 좋은 선수들이 배출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학교 엘리트 체육에 적신호가 켜졌다. 학령인구 감소로 체육특기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선수 선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동부 운영 관련 비위 사건, 학교폭력 및 미투 영향도 학교 엘리트 체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엘리트 체육의 어려움은 숫자가 객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광주시 소재 초·중·고등학교 운동부 운영학교 숫자는 2019년 139개에서 2020년 133개, 2021년 132개로 줄어들었다. 팀 수는 205개에서 190개를 거쳐 181개로 줄어들었다. 선수 숫자 역시 2천87명에서 2천9명을 거쳐 1천895명으로 줄어들었다.

대안은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면서 찾을 수밖에 없다. 유럽의 경우는 대개 스포츠 클럽에서 일반학생과 학생선수가 구분 없이 재능과 소질을 발휘하다가 특정 시점에서 우수선수가 직업선수로 전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교 안과 학교 밖 스포츠 클럽 간의 연계 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 일반 학교에서 선수 수급 등의 문제로 운영이 힘든 개인종목의 경우 특성화 학교인 체육 중·고등학교로 이관하고, 대신에 스포츠 클럽을 통해 특기자의 자질을 가진 일반 학교 학생은 체육 중고등학교로 쉽게 전·입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단체종목 육성은 선수가 학교에 소속되게 하되 훈련은 학교가 아닌 전문 스포츠 클럽에 맡기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기존 운동 지도자들의 신분과 위상은 스포츠 클럽에서 보장받아야 한다.

교육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조기에 발견하여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이며, 필자는 그런 방식에 의해 획득된 역량을 참실력이라고 칭한다. 이번에 조성된 올림픽 열기와 국민이 올림픽 선수들에게 보낸 박수가 유소년 스포츠 육성의 분위기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