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실장이 물어왔다. “살고 계신 곳 근처에 ‘감리골’과 ‘담양장골’이 있네요. 찾아 주십시오.” 몸을 움직여 보니, 창평면 해곡리 내동마을 북쪽 골짜기와 부동촌 서편 ‘제작(저자)들’, 장화리 122번지가 옛 장터임을 알 수 있었다. 화석(化石)땅이름과 고로의 제보, 일백년 전 장지(場址)의 단초가 됐다.

광주최초 시장터도 한자 감시‘( )’에서 감 잡혔다. 20세기 초 지도에 감나무골이 명기돼 있다. 광주시가지면동약도(光州市街地面洞略圖)에 보인 ‘원시리(元 里)’로 1789년 ‘호구총수’에 기례방면 소속 ‘시리(市里)’이다. 옛 화니백화점과 중앙교회 언저리, 충장로4가 6-15번지, 금남로4가 74-82·118·123번지 일대다.

1930년대 광주대교통 광주큰장.(사진으로 만나는 도시 광주 어제와 오늘 2007)

1920년대 광주 작은장. 삼일독립운동터였다.(사진으로 만나는 도시 광주 어제와 오늘 2007)

1930년대 구동시장.(사진으로 만나는 도시 광주 어제와 오늘 2007)

1960년대 구동시장 농협공판장. 지금 광주매일신문이 자리하고 있다.(사진으로 본 광주1백년 1989)

1912년 수기옥정 땅문서를 살펴본다. 371번지 706평은 광주공업터로 훗날 32개로 분할됐다. 353번지 360평은 북문통15번지 미우라(三浦辰馬)소유였다가 1919년 누문동 325번지 최진태, 1961년 이연술, 지금은 충장아트원터다. 374번지 129평은 이항숙, 1914년 향사리 282번지에 임병룡이 보인다. 376번지 128평은 목포에 주소를 둔 아소우(麻生作男), 352번지 90평은 최상빈, 373번지 24평은 중국인 손춘포, 372번지 22평은 장순태를 거쳐 1919년 누문리 심덕선 땅이 됐다.

355번지 362평 소유내력은 김기창, 1919년 양림리 200번지 이득주, 1930년 조선야소교회, 1963년 중앙교회다. 354번지는 280평은 이응일 다음 1927년 홍순명, 화순동복의 오병남터다. 357번지 200평은 서우죽, 1924년 화순향청리 박현경지다. 358번지 188평은 김기영, 1962년 중앙교회, 1968년 숭일학원이 주인이다. 350번지 104평은 장학신, 1969년 국민은행으로 이전됐고, 14개로 분할된 곳 중 뽐부집이 1970년대 문을 열었다.

15세기 말 등장한 붕밖시(北門外場)가 읍내장인 셈이었다. 17-18세기 인구증가와 상업활동이 세를 누려 오일(五日)장 시스템이 갖춰진다. 우리 광주장도 너른 터를 잡아 옮긴다. 마르내(巾川)가 백사장에 새 장이 선다. 공수방 상촌리 큰장(大市)과 부동방 서외리 작은장(小市)이다. 장날은 대시가 2·7일이고, 소시는 4·9일이었다. 현 광주대교와 부동교 자리 통속 ‘형제장’이랄까.

교외장터도 강변이다. 방하동 장터미골 서창시(西倉市)와 대치 응기리 용산시(龍山市)는 극락강, 선암역 남동편 구장터 선암시(仙岩市)는 황룡강가에 입지했다. 광주출입점 창촌 장미태골 신원장을 비롯해 삼가면 평림장, 여황면 북창터 근처 박산장, 상대곡면 용호리 장터배미 연봉장도 근거리에 냇물이 보인다. 물 흐르듯 장터가 정해져 왔다. 경기가 파하면 장도 쇠하고, 새터로 옮겨진다.

사직·광주공원 사이 광주천 직강공사로 생긴 새 땅에 1930년대 초 사정(社町)공설시장이 개설됐다. 부영(府營)시장 또는 ‘향사리장’이라 칭했으며, 이틀마다 장이 섰다. 1929년 구동 37번지 일대 4천981평이 잡종지로 변환됐다. 현 중앙대교통이다. 1935년 9천평으로 확대되고, 장세를 낸 자가 1천명 정도였다고 한다. 광주공원 앞 광주매일신문과 AMT센터가 지어지고 있는 곳은 구동시장터다. 별칭 교사리장은 땔감과 가축 거래가 주였고, 1963년 농협공판장도 가세했다.

1936년 금남로2가 7번지에 설치된 명치정시장은 광주 첫 매일(상설)장이다. 광복 후 중앙시장으로 개명했고, 금남로 확장 뒤 1970년 지하1 지상3층 2천200건평으로 금남빌딩이 신축됐다. 1973년 개청한 동구청과 공존타가 1978년 문을 닫았다. 서문 남측 황금동 90번지에 1928년 모로야마(諸山猪藏)회사가 광주어채시장 영업을 시작했으며, 주로 수산물을 취급했다.

1940년 샘골 공설운동장 부지로 사정장터가 이설, 천정(泉町)공설시장이 되고, 해방 후 양동(良洞)시장으로 전개됐다. 광주천을 따라 하류쪽 하중도에 들어서 전라도의 대장이 됐다. 1960년대 말 민영시장, 1970년대 복개상가와 농협공판장이 입지하고, 양동시장 주식회사가 됐다. 상인들은 1980년 오월 가마솥 ‘주먹밥’ 공동체였다.

1970년대 양동시장.(광주상의50년사1986)

광주최초 시장 지도-향토지리연구소 1917년 지형도.

1970년 준공된 금남빌딩. 옛 중앙시장터에 지었다.(도정10년사 1973)

수산·건어물·닭전길·산업용·경열로시장으로 분화된 양동장은 대지 2만5천여평, 건물 약 3만7평, 점포 1천300개에 3천여명이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1991년 광주원협 광주·중앙·호남청과가 만든 각화동농산물도매시장과 호남청과가 저금나면서 2004년 매월동 954번지에 만든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자경매시대를 열었다.

1980년대까지 재래시장은 40여개로 쇼핑 주류였다. 대인시장은 1940년 출발, 1960년대 농협공판장을 지고 광주역과 시외버스정류장 덕을 보았다. 기차 잇점으로는 남광주시장도 떠올랐다. 역전 부지에 1975년 창설한 인연은 2001년 역이 사라졌어도 수산물이 인기를 끌면서 곁에 해뜨는장·밤기차야시장이 덧붙었다. 1960년대 말 소산언덕배기 신진자동차 주위에 선 말바우장도 가성비 횟집 구성으로 인기다. 담양가도 덕에 2·4·7·9장날을 안고, 수많은 노점상과 병원약국들이 어울려 무질서 속에 천국이다.

아파트와 신흥주택가 속에 새집틀이로는 1980년생 운암시장을 비롯하여 1998년생 월곡장, 2009년생 봉선장이 본보기다. 지금도 오일장으로는 1964년생 4·9일 송정장과 1·6일 비아장이 있다. 송정리에는 소지면 사창장에 연을 댄 매일시장과 호남선 기원 상징 1913송정역장도 있다.

1990년대 대형할인마트 출연과 토지변환으로 사라진 장도 많다. 1987년 임동 대원시장에 이어 구동시장, 1991년 담양·여수철도분기점과 동문거리 계림시장이 멈추고, 스크린경마장이 개업했다. 1993년 보신탕 골목으로 유명했던 금동시장이 폐쇄되고 코밀이 들어섰다. 같은해 중흥동 평화시장, 이듬해 화순방면 학동제일시장, 1999년 지산동 매일시장이 막을 내렸다.

조대 후문 앞 도내기장은 자취학생 부식기반으로 뜨내기 또는 돌틈샘이 명칭의 기원이다. 경양역터 건너편 서방시장, 주월시장으로 통한 극락(군분)천 복개도로에 위치한 무등시장은 산수·두암·동아·중흥·용봉·오치·하남·우산매일장과 함께 명(命)을 유지하고 있다.

2001년 ‘광주의 재래(在來)시장’이 발간됐으며, 2005년 전통시장으로 명찰을 바꾸고, 2009년에는 빛고을시장신문이 창간됐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시장통으로 몰려든다. 상인은 이문에 밝고, 정치인은 경제에 재빠르다. 보이지 않는 손과 자립이 시장의 생명이다. 향토사를 공부한 선배는 이렇게 말한다. “나이 묵으면 장터 곁에 사소.” “네 흥정입니다.”

2018년 남광주시장.(향토지리연구소)

1913송정역시장.(걷는광주 2020)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