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노동절 오후, 비가 그치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갔다.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들을 응원하는 소리가 가득하다.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와 시계탑은 오월광주의 시작을 알린다. 41년 전 매캐한 최루탄 연기를 견디기 위해 코를 가렸던 손수건에서, 이제는 온 세상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범을 막기 위해 마스크로 얼굴은 가린 시민들로 풍경이 바뀌었다. 지금 필자가 서 있는 바로 이곳 옛 전남도청 자리는 그전 광주읍성(光州邑城) 관아터 위상 그대로다.

1990년대 초 광산동 향토문화진흥원에서 일할 때 신문사 문화부 기자가 물었다. “읍성은 뭐하는 곳이었죠?” 전남도청 주차장터 돌무더기가 화제에 오른 것이다.

전남도청 주차장터 광주읍성 성터 2016년 발굴현장.(향토지리연구소)

성은 흙·돌로 쌓은 방어시설이며, ‘재·잣·작·담·울·장’을 총칭한다. 도랑(隍·垓子)을 파거나 이중벽인 외성, 곽(郭)도 있다. 치소(治所)는 평상시 치안 위주 읍성(Castle)과 위급 때 피신하는 산성(山城Fortress)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광주읍성은 15, 16세기 문헌에 석성(石城)이며 둘레 972보, 8천253척, 높이 9척으로 처음 등장한다. 20세기 초 광주읍성 규모는 둘레 2.5㎞, 면적은 10만평 정도였다. 지적자료에 관아소유 국유지는 38필지 약 2만8천평으로, 지목은 대의동 54번지 밭 758평 외 모두 대지였다. 민적에는 206호 838명이 보인다.

21세기에 이르러 읍성은 1378년 축성됐을 것으로 보았다. 아시아문화전당을 만들기 전 땅속 조사에서 발견된 와편명문이 증거다. 땅이름 알림으로 ‘광주’와 함께 ‘신덕원(新德院)’도 나왔다. 성돌 재질은 무등산 일대와 같은 석영안산암이다. 해자 폭은 3m고, 소나무 목책주공도 찾아냈다. 지금까지 읍성에 대해 위치가 확인된 곳은 일부다.

땅 논리 뜻에 따라 이름 지어진 사대문은 2층으로 남·북문은 무지개(홍예)식이다. 동문은 전남여고 서남단 체육관과 전남일보 사이 제봉로에 위치했다. 좋은 기운이 깃들었으면 해서 서원문(瑞元門)이라 명했다. 문밖에는 보호동맥(補護東脈)·와주성선( 柱成仙)이 새겨진 석장승이 있었다. 현재 전남대학교 박물관 동측에 서있다.

서문 위치는 속칭 ‘황금동콜박스’ 사거리다. 하는 일이 잘되라는 뜻을 지닌 광리문(光利門)터 길바닥에는 ‘오각형’ 광주읍성 개략도가 그려져 있다. 1896년 광주에온 지도군수 오횡묵은 유문(酉門)으로 총쇄록에 적었다.

남문터는 지하철 문화전당역 6번출구, 옛 최춘산부인과 근처다. 남쪽을 지킨다는 의미로 진남문(鎭南門)이라 했다. 자연재해와 질병, 왜구 침입 통로이기에 문 앞에서 성황단까지 이른 길에 궁수(弓樹), 홍살문, 천년완골(千年頑骨)진남비를 세웠다.

북문지는 충장로치안센터가 있는 곳이다. 임금이 있는 북쪽을 떠받음에 공북문(拱北門)이다. 가장 중요한 성문으로 신호등 지켜 중앙로를 건너면 충장로4, 5가 혼수의 거리로 이어진다. 광주일고 학생탑 뒷켠 독립로에 ‘절양루’란 별명을 지닌 또 하나의 북문인 공북루가 있었다.

공북문 옛 모습.(1913,보고의전남)

중앙로 공북문터.(향토지리연구소)

객사(客舍)는 우체국 남쪽 무등극장 일대 2천700여평 터로 대부분 충장로1가에 해당한다. 양 날개(동·서대청)를 단 본관(중대청) 광산관(光山館), 삼문, 정문 황화루(皇華樓) 건물이 거의 남향으로 자리했다. 광주군청이 한 때 머물렀고, 1920년 사립 광주고등보통학교가 개교한 곳이다. 지적자료로 보면 충장로1가 25-33번지 1천515평, 충장로1가 11-24번지 561평, 76-78번지 522평, 충장로1가 38번지 58평, 충장로1가 32번지 42평이다.

동헌(東軒)은 금남로 1가 상무관과 전남도청민원실 사이에 있었다. 사또 집무실 하모당(何暮堂)은 임진왜란 뒤 다른 건물에 비해 늦게 복구된 의미를 담고 있다. 전라남도관찰사 시절 서석헌 간판을 달고 있었다고 전하며, 선화당이라 칭했다.

객사와 동헌 사이 제금루(製錦樓)가 있던 곳은 전남도청의회 앞 회화나무 북편으로 짐작된다. 읍창은 황금동 12번지 960평 ‘억만고’터로 보인다. 동편 충장로3가 24·38번지를 합해 1906년 북문안교회가 들어섰다. 교회북편 26번지 225평은 1912년 유진벨 소유지로 기록됐고, 38번지는 1967년 이화성 터가 됐다. 창고 서편 황금동 11번지 415평은 1961년 제일극장터가 된다.

감옥(刑獄)터는 황금동 29번지 363평으로 1910년대 동명동 200번지로 이전, 1921년 강남규터가 된다. 최윤상이 1960년대 청명여관이 있었다고 한 곳은 북편 26번지다.

관덕정(觀德亭)은 활터로 현 광주우체국 충장로지점이 있는 충장로2가 16번지 320평터다. 1567년 2층 누각에서 모임 장면을 그린 희경루(喜慶樓)방회도가 동국대에 소장돼 있다. 서남쪽에 향청(鄕廳)이 있었다고 전한다. 황금동 41번지 310평 국유지터로 추정된다.

1985년 여름방학 때 서울대 규장각에 갔다. 영산강 수운(水運)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선배의 안내로 초임 지리교사는 나주·광주 지도를 원판 촬영해 품었다. 지금은 1872년 군현지도로 휴대폰에서도 쉽게 검색된 그림지도다.

나주지도에서 영산포 배(商船)와 광주지도에 네모형 읍성(邑城)내 팔작기와 삼칸 36집을 보고는 이름 모른 화백님께 큰 절을 올렸다. 바로 운명과 같은 회화지도 만남, 학계에서 그 중 으뜸이라는 광주지도. 혼자 보기에 벅차 우리고장에 알렸고, 진행 중이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읍성 모형도에 위치 표기한 그림.(광주역사민속박물관·향토지리연구소)

광주시는 지난해 민속박물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역사’를 더해 광주역사민속박물관으로 명했다. 2층에 광주읍성을 2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도를 개시해 놓았다. 아직 밝히지 못한 곳은 뒷날 보충한다고 도록에 쓰여 있다.

미국인 조지포크는 1884년 11월17일 오후 시장을 거쳐 경양역-평교점에 도착했다. 동편 잣고개 일대 성벽을 보았다고 기행문에 적고 그렸다. 고읍(古邑)과 둘레 10㎞ 남짓 무진도독고성(武珍都督古城)은 지도와 지리지에 전하지만, 점은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평지성(平地城) 광주읍성, 이전 고읍은 평산성(平山城)이나 산지성(山地城)이었을 것이다.

2015년 국립중앙도서관이 펴낸 ‘고지도를 통해서 본 전라도지명 연구’에서 이기봉 박사는 무진고성이라 칭한 잣고개 일대를 고읍터로 보면서 “무진도독고성은 광주읍성에서 볼 때 동북쪽에 있다. 옛날에는 서북·북·동북 방향을 북으로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주석을 덧붙였다.

충장동사무소 관할 법정동 충장·금남로1-3가, 광산·대의·궁·황금동이 성안터다. 광주 최고 땅값(공시지가) 위치는 지금도 옛 나라서적이 있던 유플러스터로 평당 4천363만원이다.

어디나 중심지는 관청이 있는 곳이다. 광주도 예외없이 예나 지금이나 ‘최(最)’자가 따른 곳은 행정기능 언저리다. 광주읍성터 안, 이른바 ‘성내면(城內面)’은 광주최초시리즈 덩어리다. 광주 성(城)을 성(兄)하면서 성(聲)을 내 불러본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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