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뱅킹·쇼핑 시대, 온라인 은행이 성업중인데도 필자는 NH농협에 간다. 돈을 보내려면 집에서 폰과 컴퓨터로 편리하게 송금할 수 있지만, 농협 창구에 가고 싶어서다. 본디 은행의 어원이 벤치(bench)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으니, 앉아서 돈 놓고 돈 따먹는 은행이 당연한 듯 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서 오세요”라고 반갑게 맞이하는 인사 한 마디에 마음이 녹는다.

광주 최초 공식은행은 1906년 7월30일 재무고문부내 창립총회가 출발점이다. 대한제국 일본인 재정고문은 일본흥업은행 자금으로 한성을 비롯 8곳 중 광주에도 농공은행을 설립한다. 지주와 상공인들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곳으로 1918년 식산은행, 1954년 이후 지금까지 산업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1910년대 초 건립된 광주농공은행건물.(출처/오디세이 광주120년, 2017)

1993년 광산구 우산동 이전 전, 국책 한국산업은행.(출처/사진으로 본 광주백년, 1989)

1912년 토지대장에는 북문통 31번지 747평 대지에 주식회사 ‘광주농공(農工)은행’이 기록돼 있다. 1930년 혼마찌(本町)2정목 18번지로 다시 부여되고, 1933년 경성 남대문통2정목 140-1번지에 주소를 둔 ㈜조선식산(殖産)은행, 1956년 한국산업(産業)은행이 나온다.

광주우체국 바로 북편, 충장로2가 갤러리존이 위치한 곳이다. 광주농공은행 2층 양식건물은 사진만 남아있다. 아마 일본인이 설계하고, 찍었을 것이다. 실제 운영도 그들이지만, 초대은행장, 임원은 한국인이었다.

1911년 지었다던 건물 규모에 관한 실증, 수치자료는 아직 미궁이다. 이 건축물 구대장에는 1961년 신축이다. 지하1층 지상3층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영업소로 1층 133평, 2층 35평, 3층 7.5평이다. 부속으로 식당은 연와조세멘와 68.5평, 지하 보일러실 12.6평, 차고·창고 47.5평이다.

1970년대 채 30평이 못되는 은행 앞 공중전화부수 터는 붐볐다. 20세기말 전화번호부를 본다. 광주산업은행(KDB)은 광산구 무진대로변 우산동 1584번지로 나오고, 그 밑에 작은 서체 충장로지점의 주소는 옛터 그대로다.

21세초 산업은행 건물은 민간에 넘어간 뒤 갤러리존 쇼핑몰이 들어섰다. 건축주 최희선이 2003년 사용승인을 얻은 건물은 지하2층 지상5층 높이 27.5m 철근콘크리트라멘조 구조이다. 규모는 건축면적 516평, 연면적 3천222평이다.

오늘날 농협 전신인 금융조합은 1907년 구동 32번지 광주공원 옛 사마재터에서 창립했다. 충장로4가 33번지 대지 300평 땅문서에는 1916년 향사리 광주지방금융조합, 1939년 광산금융조합,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가 75번지 농업은행이 보인다.

대의동 58번지는 1921년 전라남도금융조합연합회, 1967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땅이었다. 1920년대 인천에서 벽돌을 가져와 중국인 조적공에 맡겨 지었던 2층 건물은 1975년 헐렸다. 현재 광주동부경찰서 남쪽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매표소터다. 농협 광주지역본부는 지금 광산구 우산동 무역회관 북편 무진대로 건너에 있다.

1970년 중반까지 대의동에 있던 농협중앙회 전라남도지부 건물.(출처/사진으로 만나는 도시, 광주의 어제와 오늘,2007)

1930년대 호남은행. 1970년대 말까지 은행건물이었다.(출처/사진으로 본 광주백년,1989)

1920년 북문통 9번지 743평에 호남은행이 설립된다. 1925년 2층 벽돌건물이 신축됐다. 지금 충장로3가 6번지로 한국인 부호들이 만들어 경영했지만, 1942년 동일은행에 흡수됐고, 조선은행, 1949년 한국은행 광주지점, 1969년 광주은행 본점이 있었다. 1980년대 태산백화점터다.

한국은행은 1969년 금남로3가 20번지로 새 건물을 지어 옮겼다. 2006년 중앙로공원이 조성되고, 지금은 치평동 시청 앞에 있다. 광주은행도 1979년 금남로 한국은행 맞은편으로 9층 건물을 지어 갔다. 1997년 대인동 7-12번지 터미널터에 지하5층 지상20층 연면적 1만4천평, 순금색 새사옥을 지었다. 옥상에 원반모양 헬리포트(헬기착륙장)가 있고, 2012년 2층에 금융박물관을 꾸몄다. 전남도청 서편 광산동 73-1번지에는 남부지점이 있었다.

1980년대 금남로3가 광주은행.(출처/광주은행 15년사,1983)

충장로5가 위치했던 조흥은행.(출처/사진으로 본 광주백년,1989)

1941년 삼산당약국터가 된 충장로5가 49번지 170평에는 두 해가 지난 뒤 동일은행을 업고, 조흥은행이 문을 열었다. 1962년 신축 건물은 2018년 사라졌다. 북동 290번지로 지점이 이사 간 뒤 출장소 2층에는 1994년 143평 규모의 조흥문화관이 오픈했다. 호남은행 맥을 이었다는 조흥은 2006년 신한은행에 통합됐다. 1984년 금남로4가 9-2번지에서 개점한 신한은 대신증권 북편 북동 307번지에 있다가 조흥빌딩으로 입성했다.

1960년대 제일은행.(출처/광주상의 오십년,1986)

1964년 금남로3가 9-2번지에 3층 사옥을 지은 제일은행은 1936년 충장로1가에 있던 조선저축은행 광주지점을 1958년 이은 것이다. 1969년 금남로4가 75번지 신축한 국민은행은 1963년 충장로3가 41번지가 출발지다. 1968년 금남로3가 2-2번지에서 개원한 주택은행을 2001년 합병했다.

금남로5가 121·113번지에 위치했던 한일은행은 1939년 충장로3가 41번지 150평에서 개점한 조선중앙무진(無盡)광주지점에서 나왔다. 1954년 충장로3가 11번지 송광상회터에 개점한 상업은행은 1976년 금남로2가 27번지에 새 영업장을 지었다. 1999년 두 은행은 한빛, 2001년 우리은행이 됐다.

1961년 농업은행 광주지점터인 충장로2가 28번지에서 개업한 중소기업은행은 1976년 금남로 5가 58-2번지에 새터를 잡았다. 호남본부는 지금 광산구 우산동 1600-3번지에 있다. 1966년 수기동 50번지에 출발한 서울은행은 1969년 금남로5가 133번지 신탁은행을 합해, 1976년 서울신탁은행이 됐다. 누문동 115번지에 있던 하나은행은 1999년 보람, 2002년 서울신탁, 1974년 전일빌딩에서 개원한 한국외환은행까지 2015년 통합했다.

1969년 수협중앙회 전라남도지회는 장동58-55번지를 거쳐 도청 앞 분수대 서편 금남로1가 15번지에 있었다. 금남로 4가 21-12번지와 누문동 138번지는 1987년 한국장기신용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개점터다. 1988년 이후 금남로5가 152번지는 한미은행과 한국시티은행, 중흥동 700-5번지에는 축협전남도지회가 위치했다. 1990년 동화, 1991년 전북, 1992년 평화, 1994년 보람, 1995년 동남, 1996년 제주은행도 광주에 지점을 설치했었다.

1960년대 후반 금남로 확장공사를 전후로 광주월가(Wall)는 충장로에서 금남로로, 1990년 이후는 상무·하남 신도심으로다. IMF바람은 광주 은행가도 재편시켰다.

국민학교 졸업 때 저축상을 받았다. 다 부모님 덕이다. 중학교 1등 동창생은 광주상고에 갔다. 당시 은행취직은 성공 인생을 보장했다. 1982년 3월 첫봉급 10여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상무대에서다. 1985년 광덕고등학교 첫 사무분장은 새마을과 저축계였다. 월마다 학년반별 학생들의 저축금을 받아 통계를 작성하고, 학교 방문한 향토은행 직원께 전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둘째가 집에 두고 간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다. 돈과 은행, 평생의 인연이 이어진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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