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항쟁 최후 결전이 벌어진 직후 옛 전남도청의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5·18 당시 외신기자였던 노먼 소프가 촬영한 광주민중항쟁 기록사진을 6일 언론에 공개했다.

1980년 5월27일 도청에 끝까지 남아 계엄군에 저항한 시민군들의 사망 직후 모습이 한꺼번에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노먼 소프 기자가 가장 먼저 도청으로 들어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은 진압 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록이다.

기증된 사진은 노먼 소프 기자의 취재 동선을 따라 일자와 시간 순서로 전시됐다.

1980년 5월23일 전남도청 내 안치된 사망자 관과 유족들의 모습, 24일 목포역 광장 시위, 26일 광주 농성동 ‘죽음의 행진’, 27일 전남도청 내외부 계엄군과 희생자들의 모습 등이 생생히 담겼다.

5월27일 당시 도청 진압 후의 시신 사진들은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 영상으로 제작됐다.

당시 아시아 윌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 소속 기자였던 노먼 소프가 담은 사진 속에는 참혹한 현장이 그대로 묻어났다.

영상에는 전남도청 내부의 희생자들 위치와 성명, 시신 이동 장면 등이 담겼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시신은 도청 회의실 2층 강당에 누워 있었다.

윤 열사의 사진은 공개된 바 있었지만, 김동수 열사의 마지막 모습은 이날 41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조선대 3학년이었던 시민군 김 열사의 시신은 도청 회의실 2층 강당 무대 뒤에서 자재 사이에 몸이 틀어진 채 발견됐다.

당시 광주상고 1학년생이던 안종필·문재학 열사는 도경찰국 2층 복도에서 교련복을 입은 채 나란히 숨졌다.

전남대 2학년생이던 서호빈 열사와 전도사였던 문용동 열사는 도경찰국 민원실 출입구 옆에서 서로의 몸이 겹쳐져 있었다.

표구점 점원이던 박진홍씨와 재수생이던 홍순권, 전남대 2학년생이던 이정연 열사는 도경찰국 민원실 계단 아래 널브러졌다.

사무실 칠판을 들 것 삼아 시신을 이동시키는 계엄군의 모습도 찍혔다.

노먼 소프 기자는 전남도청 내에서 9구, YMCA 앞 1구 총 10구의 시신을 촬영했다.

계엄군은 5월27일 오전 7시30분께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도청 내부를 먼저 공개했다. 국내 언론은 오전 9시께 이후 취재가 허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먼 소프는 사진과 함께 당시 쓰던 필름 카메라와 기자 만장, 도청 출입증 등을 함께 기부했다.

전시에 앞서 이날 언론공개행사를 찾은 故 김동수 열사의 동생 동채씨는 “여태껏 돌아가신 정확한 위치를 비롯해 형의 죽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통해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됐다”며 “희생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잘 보존돼 5·18 당시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7월31일까지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관람할 수 있다.

김도형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장은 “1980년 5월의 진실은 지속적인 자료 수집을 통해 밝혀내야 할 숙제”라며 “기증 사진을 통해 진압 직후 상황 유추 뿐만 아니라 복원 과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노먼 소프는 전시를 앞두고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향한 길고 긴 투쟁의 일부분이다”며 “앞 세대가 자유선거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지금 젊은 세대가 배우고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고 기증 취지를 밝혔다.

이날 공개된 사진은 보존 처리를 거쳐 영구 보존하고, 항쟁 당시 내부 상황을 복원하는 사료로 활용될 계획이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