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居(산거)
나옹선사 원혜

흰 구름 첩첩한 오두막 세 칸에는
앉고 눕고 나다녀도 그래도 한가한데
냇물은 반야경 외고 온 몸은 싸늘하네.
白雲堆裡屋三間 坐臥經行得自閑
백운퇴리옥삼간 좌와경행득자한
澗水冷冷談般若 淸風和月遍身寒
간수냉냉담반야 청풍화월편신한

사람은 일정한 곳에서 집단을 이루면서 산다. 이웃사촌이라고 했듯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것이 일정한 준거집단이다. 그렇지만 조용한 산촌이나 산에서 사는 사람도 그 나름으로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맑은 공기는 더 없이 좋았을 것이고, 혼자서 일구는 전답은 풍성한 곡식을 거두어 곳간을 풍성하게 했으리라. ‘흰 구름 첩첩한 속에 오두막 세 칸에서 앉고 눕고 나다니면서도 그래도 한가하기만 하다’고 읊은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달빛에 물든 청풍이 온 몸을 싸늘하게 하네(山居)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나옹선사(懶翁禪師) 원혜(元慧·1320-1376)로 고려 후기의 승려이다. 1347년 원나라에 가서 연경의 고려 사찰인 법원사에서 인도의 승려 지공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중국 각지를 편력했다. 비석은 목은 이색이 찬(讚)한 비문이 입적한 남한강변 여주 신륵사에 남아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흰 구름 첩첩한 속에 오두막 세 칸에서 / 앉고 눕고 나다니면서도 그래도 한가하기만 하네. // 졸졸졸 시냇물은 반야경을 외우는데 // 달빛에 물든 청풍이 온 몸을 싸늘하게 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산에 살면서 / 시냇물은 반야경을 외우고]로 직역과 의역이 된다. 자연을 빗대어서 쓴 시문을 많이 읽고 감상하지만, 나무나 시냇물이 ‘노래하고, 운다’는 시문을 많이 보았지만, 정작 반야경을 외우다 독경하는 식의 표현은 많이 보지 못했다. 고려 말을 대표하는 고승이었기에 이런 표현이 가능했으리라. 지식의 정도와 학문의 깊이 따라 시상의 정도는 비례한 것으로 보이겠다.

시인은 여느 시인과 같이 자연에서 모든 시상을 취한다. 오두막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특히 적막한 밤이면 더욱 오만 생각이 난다. 흰 구름 첩첩한 속에 오두막 세 칸에서 앉고 눕고 나다니면서도 그래도 한가하기만 하다고 했다. 앉아서 눕는 그런 시간까지도 한가하기만 하다는 생각을 이끌어 냈다.

화자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자신의 신분이나 처지와 함께 불경을 암송하고 있는 것으로 시상을 이끌어 냈다. 졸졸졸 시냇물 소리는 반야경을 외우고, 달빛에 곱게 물든 청풍은 온 몸을 싸늘하게 한다고 했다.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急降下)하기도 하고 바람 소리만 들어도 추위가 엄습해 오기도 했던 경험을 생각할 일이다.

※한자와 어구

白雲: 흰 구름. 堆裡: 첩첩히 쌓이다. 屋三間: 오두막 세 칸. 坐臥: 앉았다 누웠다. 經行: 다니다. 得自閑: 그래도 한가하다. // 澗水: 시냇물 소리. 冷冷: 차디차다. 談般若: 반야경을 외우다(말하다). 淸風: 청풍. 和月: 달빛에 물들다. 遍身寒: 몸을 두루 싸늘하게 하다. 두루 몸이 싸늘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