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사소한 한 마디가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우리 일상 속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만 이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결정장애’라는 말이 불편하다.

우유부단한 사람을 가리키는 이 단어는 장애를 빗대 부정적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사용하지 말아달라거나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는 어렵다는 것이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작은 것에 불평하는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단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갈 때가 대부분이다”며 “무심코 쓰는 사소한 단어들이 알게 모르게 상처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좋은 의미로 건넨 말이 되레 차별이 되는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 15년째 사는 이주 노동자 B씨는 ‘한국말을 잘한다’는 말이 마냥 칭찬으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이주민은 한국어가 서툴다’라는 편견이 담겨 있어서다.

B씨는 “한국에서 15년 살았는데 말을 못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며 “우리 사회에선 아직까지 ‘이주민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할 것이다’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절름발이 정책’, ‘깜깜이 환자’ 등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 ‘여자치곤 운전을 잘한다’, ‘얼굴도 예쁜데 똑똑하기까지 하다’와 같이 능력과는 상관 없는 평가 등 일상 속에서 자각하지 못한 채 쓰이는 차별은 차고 넘친다.

이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곳곳에 깔린 작은 먼지만큼 해로운 소소한 차별이 바로 ‘먼지차별’이다.

미국 시사용어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에서 비롯된 단어로 ‘아주 작은(Micro)’과 ‘공격(Aggression)’을 뜻하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성차별을 비롯해 나이나 성정체성, 장애 등 소수자 전반에 대한 미세하지만 만연해 있는 차별이나 혐오를 가리킨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가 겪는 ‘먼지차별’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물리적 폭력이나 욕설처럼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막상 겪었을 때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인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차별이 해소되기 위해선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찬동 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12일 “장애인 뿐만 아니라 또다른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 여성 등에 대한 차별도 곳곳에 퍼져있다”며 “누군가를 차별하는 표현이 나왔을 때 그것을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을 위한 제도와 환경의 전반적인 개선을 바탕으로 인권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며 “인식 개선을 위한 조기교육, 직장인 의무 교육 실시 등 작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행정과 교육기관, 민간기업 등 공동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