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양역사 터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공립 미술관이 부재했던 전남지역에 드디어 전남도립미술관이 지난달 22일 개관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의 외관은 전체 건물을 통유리로 설계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내부에서도 밝고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또 미술관 입구 앞 쪽에는 광양역사 창고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광양예술창고가 자리하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도는 전남도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414억원의 예산을 들여 옛 광양역사 1만7천598㎡부지에 지하 1층, 지상3층의 규모로 9개 전시실과 200석의 대강당, 교육실, 카페 등을 마련했다.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인 전시실은 지하 1층에 집중돼 있는데 통유리 창을 통해 지하까지 내려오는 자연광으로 인해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는 친화적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전시실 높이는 6m로 어느 미술관보다 높아 100호 이상의 초대형 작품을 전시하고도 공간이 충분해 전시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썬큰(sunken)가든도 방문객들이 잠시 자연과 채광을 느끼며 야외에 나온 듯한 느낌으로 쉴 수 있는 곳이다.

이태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전체가 6m 전시장으로 구성돼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며 “전시실 조명도 자연광과 가장 가까운 빛의 조명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개관특별전으로 기획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전을 오는 7월18일까지 열고 있다.

전시는 의재와 남농:거장의 길 (갤러리 1-2),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 (갤러리3-5), 로랑 그라소:미래가 된 역사 (갤러리 6-9) 등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전통을 현대와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이번 전시에 거는 기대에 걸맞게 관련 작품이 대거 준비돼 있다.

‘의재와 남농:거장의길’전은 두 거봉의 작품의 경향을 비교해볼 수 있다. 의재가 평소에 사용한 다구들과 소장품까지 함께 전시해 소박했던 삶을 느낄 수 있다.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전은 한국화와 미디어아트, 설치미술로 다양하게 구성해 전통의 산수화와 수묵화를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재해석했다.

특히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가 미술관 개관을 위해 최근 제작한 ‘역전된 산수’는 의재 허백련의 ‘산수팔곡병풍’을 상하가 바뀐 형태로 표현해 색다른 묘미를 주고 있다.

이이남作 ‘역전된 산수’

거꾸로 상영되는 작품과 전시장 바닥에 먹을 풀어놓은 물에 투영된 작품의 모습으로 상하 반전된 두 가지의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진실이 무엇인지 물음표를 던지게 만든다.

황인기 작가는 레고나 실리콘을 활용해 동양의 전통 산수화나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미술관은 개관기념전에 대부분 광주·전남 출신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데 집중했다.

미술관 개관을 위해 제작된 광주 출신 재독화가 ‘세오’ 작가의 신작은 화려한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렬한 색채로 작품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탐색과 발견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세오의 작품 ‘Fremd in eigenen HeimⅥ’에 등장한 백조는 익숙한 곳의 생경한 공간, 이러한 곳을 연출하면서 개인과 사회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광주출신 작가 세오는 강렬한 색채로 이미지를 극대화해 개관특별전에 출품했다.

이밖에 ‘로랑그라소:미래가 된 역사’전에서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가 미술관 개관을 위해 제작한 신작 17점을 포함해 총 34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전남은 전통,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흔적, 자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또한 발견되지 않고, 소개되지 않았던 희귀한 아카이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게 도립미술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