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파트 찾기에서 출발해 어느새 목록만 100가지를 넘어간다. 습관처럼, 시간 외줄타기에 장소 점을 찍어가는 함수풀이에 맛이 든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시대상을 소환해 본 것이다. 매력 광주를 대상으로 ‘처음’을 찾아 본다.

석유보일러와 가스는 지금 나의 원동력이다. 따순 물과 압력밥통은 소박행복이다. 수불석권(手不釋卷)에서 수불석전(手不釋電)이라 폰은 정다운 노리개이다. 이렇게 기가 막힌 것을 못 만지고 가신 선배님들께 미안하다. 우리 광주메트로에서 메뉴를 골라 후배님께 전한다. 처음으로 지금을 선물한다랄까. 나름 보따리를 풀어보니 쑥스럽다.

처음 찾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1946년 광복절 충장로 모습.<사진=이경모>

(1)아파트, 광주시민 8할의 보금자리로 대한최고 바벨탑이다. (2)입체교차도, 목으로 차오름을 묻는다. (3)상수도, 섬진강물로 너무 싸다. (4)은행, 충장로에서 금남로로 갔다. (5)미인대회, 내가 태어난 해 수영복입고 시작했다. (6)노래방, 세기를 이어준 민속터전이다. (7)지하철, 지금 2호선을 만들고 있다. (8)조선시대읍성, 성안은 광주최초시리즈의 덩어리다. (9)집장촌, 황금동 콜박스로 전해졌다. (10)십자가, 왜세와 외세로 함께 왔다.

조선시대 광주읍성 객사 광산관 앞 황화루.

최초를 찾아가는 장소는 계속 이어진다.

컴퓨터, 공업단지, 시내버스, 전기, 발전소, 분뇨·하수종말처리장, 병의원, 감옥·형무소(교도소), 시장, 근대학교, 공항, 공설운동장, 실내체육관, 동물원, 수영(풀)장, 신문(사), 방송(국), 사회복지(고아원), 기상청, 근대세무기관, 다리, 이동통신,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극장(영화관), 연탄공장, 주조장, 정미소, 목장, 도살(축)장, 지번지도, 화장, 터널, 무등산정상인공구조물, 지하상가, 고속도로, 시설(비닐)하우스, 석유회사 등의 기초조사를 마쳤다.

1872년 광주지도 중 무등산 모습.

그래도 여전히 찾아가야 할 대상은 100곳이 넘는다.

어린이집(유치원), 예식장, 목욕탕, 사설학원, 백화점, 팔만명행정동, 건설(토건)회사(광복이후), 월간지, 택시(광복이후), 우체국, 서점, 포목(주단)상회, 도시개발제한구역, 항토사단, 스케이트장, 성냥공장, 종합터미널, 수리조합, 경찰서, 여성(부녀)회관, 로컬푸드점, 외국인기행(문)과 사진, 경제자유구역, 지명면적기록, 아세아명 업체, 약국(방), 하수도, 철도, 대학, 고교연합고사, 실공장, 양말·메리야스·직물공장, 여관·호텔, 현악기 발굴, 가로명 지정, 교사대량해직, 직업별 호수, 앙포르멜화가, 사진관(사장·재료), 수퍼마켓(체인), 음반·악기점, 대지주(한국인), 본관성씨, 광주(시가지)연재물, 상공회의소, 외국인학교(광복이후), 광주영역 이관, 제과·빵, 이발소·미장원(광복이후), 학군단(ROTC), 초가통계, 지정문화재….

1907년 대한전도.

원조와 1호점 놀이에 빠질 수 없다. 처음이 꼭 첫 사랑일 수도 없다. 뻔히 본 것도 끄집어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은연중 동그라미를 그리려다 무심코 얼굴을 그릴 수 없다. 각별과 특별함은 늘 보통이요, 지름길이다.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고, 우리 선배는 보통학교, 후배는 초등학교에 간다. 서울과 충장·금남로는 광복 이후고, 산수동과 학강은 이전이다.

현장을 보고도 맹인이 될 수 있고, 누워서도 드론으로 내려 볼 수 있다. 어제 이웃과 다정함이 오늘 나그네 일 수도 있다. ‘여시’가 장가들어 둔갑세상을 만들지만, 어디까지나 배경과 까닭이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이뤄진 것은 없다. 이것저것 다해보았으면서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글쓴이도 보았다.

상무대교에서 본 광주시청.

잘난 사람, 인물 단어로 뽑아 내세우면 땅이름만큼 많다. 묘까지 나열하면 수 만 가지를 세울 수 있다. 미담과 정담이 꾸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언저리와 아무개로 비빔밥을 차리면 될 것을 좌표로 알려한다. 지어낸 얘기일 수 없다.

곧서바위는 서석·입석·규봉·새인으로 명을 받았다. 무송과 금호는 결국 영산강 황금물결을 광주로 끌어안고 구석구석에 수를 놓았다. 다음 주자가 바벨탑을 지어가고 있다. 시민들께 기대어 수를 차분하게 놓아 볼 요량이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김경수 박사는…
▲영암 출생 ▲전남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졸업(문학박사) ▲前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학술부장 ▲前 국사편찬위원회 사료 조사위원 ▲前 광주시 지명위원 ▲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현 향토지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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