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풍경의 미래 / 천세진
- 재생 준비중
2021. 03. 28(일) 18:49 가+가-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한 사회의 풍경은 사회 구성원이 믿고 따르는 가치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풍경은 현실의 풍경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외면은 내면이 물질과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풍경은 외면적인 동시에 내면적이다. 결국 우리가 사는 도시의 풍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형상과 사건들은 우리의 생각과 가치체계의 풍경이다.
가치는 다양한 것이 좋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500년 동안 전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제자백가의 존재 때문이기도 했다. 다양한 사상과 생각이 이익, 권력과 지형이 겹치며 비극적인 풍경을 만든 것이다. 우리 시대가 전란의 시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도 가치와 이익의 치열한 쟁투 끝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결코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냉혹하고 치열한 다툼이 배경으로 숨어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미래의 풍경은 어떤 모습이 될까? 미래의 풍경은 기성세대보다는 이제 자라나고 있는 세대의 내면에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니, 초등학생들의 풍경 속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초등학생들의 세계에 두 가지 풍경이 보인다. 한 풍경은 인권 시위를 하는 모습이고, 다른 풍경은 주식투자를 하는 모습이다. 참 극단적인 풍경이다. 결이 너무나 다른 두 풍경이 한 사회 안에서 연출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가능하지 않다. 인권 시위와 주식투자 풍경은 한 나라가 아닌 두 나라에서 발견되는 모습이다.
인권 시위를 하는 초등학생의 모습은 한국의 교육개혁 필요성을 애달프게 호소하고 있는 김누리 교수의 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독일의 풍경이다. 2013년 독일이 난민의 일부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추방하려고 했을 때, 독일의 초등학생들이 ‘불법적인 인간은 없다(Kein Mensch ist illegal)’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추방 반대 시위를 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독일 초등학생들의 시위는 인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환경 파괴, 독재 등 모든 불공정과 인류의 미래를 해치는 사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초등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독일 기성세대는 지지로 반응했다.
주식투자를 하는 초등학생의 모습은 한국의 풍경이다. 아이들이 홀로 터득한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주고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본받고 싶은 상사가 회사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뛰어난 상사가 아니라, 회사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부동산과 주식으로 재산을 불린 상사가 1위였다는 결과가 있었다. 그런 부모들에게서 주식투자를 하는 초등학생이 나온 것이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미래다. 돈이 존경의 기준인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그려진다.
현재 독일은 유럽 최강의 경제 대국이다. EU의 핵심적인 결정들은 독일의 심중과 맞닿아 있다. 한국도 전 세계에서 경제적 부가 10위권 안에 드는 강국이다. 경제적 시선으로만 보면 두 나라는 유사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가 지향하는 사유의 방향으로 보면 너무 다르다.
한때 일본인을 ‘경제 동물’이라고 불렀다. 일본이 아쉬워하겠지만, 이제 그 수식어는 한국인에게 내주어야 할 것 같다. 초등학생까지 주식투자를 하는 풍경만큼 ‘경제 동물’과 잘 어울리는 풍경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자랑스러운 모습인가? 인권, 환경, 민주주의를 위해 피켓을 들고 있는 아이들 풍경 옆에 놓으니, 기특하기는커녕 기괴하고 무섭다.
전 세계에서 자기계발서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자기계발서를 탄생시킨 원조인 미국이 부러워할 만한 수준이다. 자기계발서의 목적지는 성공인데, 인적 네트워크와 시간을 총동원해 이루고자 하는 성공은 경제적 성공이다.
현 시대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고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 존경할 만한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남이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사회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고, 아이들에게 존경할만한 어른이 되면 된다. 주식을 들여다보는 초등생의 풍경은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 옮겨 놓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끔찍한 풍경이다.
가치는 다양한 것이 좋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500년 동안 전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제자백가의 존재 때문이기도 했다. 다양한 사상과 생각이 이익, 권력과 지형이 겹치며 비극적인 풍경을 만든 것이다. 우리 시대가 전란의 시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도 가치와 이익의 치열한 쟁투 끝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결코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냉혹하고 치열한 다툼이 배경으로 숨어 있는 것이다.
인권 시위를 하는 초등학생의 모습은 한국의 교육개혁 필요성을 애달프게 호소하고 있는 김누리 교수의 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독일의 풍경이다. 2013년 독일이 난민의 일부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추방하려고 했을 때, 독일의 초등학생들이 ‘불법적인 인간은 없다(Kein Mensch ist illegal)’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추방 반대 시위를 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독일 초등학생들의 시위는 인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환경 파괴, 독재 등 모든 불공정과 인류의 미래를 해치는 사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초등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독일 기성세대는 지지로 반응했다.
주식투자를 하는 초등학생의 모습은 한국의 풍경이다. 아이들이 홀로 터득한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주고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본받고 싶은 상사가 회사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뛰어난 상사가 아니라, 회사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부동산과 주식으로 재산을 불린 상사가 1위였다는 결과가 있었다. 그런 부모들에게서 주식투자를 하는 초등학생이 나온 것이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미래다. 돈이 존경의 기준인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그려진다.
현재 독일은 유럽 최강의 경제 대국이다. EU의 핵심적인 결정들은 독일의 심중과 맞닿아 있다. 한국도 전 세계에서 경제적 부가 10위권 안에 드는 강국이다. 경제적 시선으로만 보면 두 나라는 유사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가 지향하는 사유의 방향으로 보면 너무 다르다.
한때 일본인을 ‘경제 동물’이라고 불렀다. 일본이 아쉬워하겠지만, 이제 그 수식어는 한국인에게 내주어야 할 것 같다. 초등학생까지 주식투자를 하는 풍경만큼 ‘경제 동물’과 잘 어울리는 풍경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자랑스러운 모습인가? 인권, 환경, 민주주의를 위해 피켓을 들고 있는 아이들 풍경 옆에 놓으니, 기특하기는커녕 기괴하고 무섭다.
전 세계에서 자기계발서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자기계발서를 탄생시킨 원조인 미국이 부러워할 만한 수준이다. 자기계발서의 목적지는 성공인데, 인적 네트워크와 시간을 총동원해 이루고자 하는 성공은 경제적 성공이다.
현 시대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고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 존경할 만한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남이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사회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고, 아이들에게 존경할만한 어른이 되면 된다. 주식을 들여다보는 초등생의 풍경은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 옮겨 놓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끔찍한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