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몸에서
더욱 짙은 살냄새
비릿한 몸통 사이로
둥근 마음 퍼 올려
허기진
심장만 살아
봄빛 따라
벌떡벌떡
(시집 ‘소리가 멈춰서다’, 작가, 2013)


[시의 눈]

긴 겨울을 보내고 잠에서 깬 삼월입니다. 문득 그 앞에 서 봅니다. 초록 또한 벼르고 있었다는 듯 다투어 나오려 하니까요. 나무와 풀은 햇빛에 짧은 혀를 새 새끼처럼 내어 밉니다. 참, 늘 있던 자리에 나무가 없군요. 누군가가 베어버린 둥치엔 진물이 엉겼습니다. 몸통의 액체를 만지자 손끝엔 그의 ‘둥근 마음’이 ‘퍼 올려’지고 눈물조차 맺혀 나옵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심장 소리가 ‘벌떡벌떡’ 들리기도 합니다. 화자는 얼른 귀를 연결해 봅니다. 아, 싹을 틔우겠다고 약속을 하는군요. 산책을 서둘러 마치고 나는 서재로 돌아옵니다. 나무의 숨을 그려보려 물감 상자를 열었습니다. 그런데요. 누가 가져갔을 까요. 하필이면 연록색 물감이 없어졌습니다. 큰일입니다. 생명을 가져가는 사람이 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은숙 시인은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경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해 현재 전주에 살고 있습니다. 시조집으로 ‘마른꽃’(2001), ‘물무늬를 읽다’(2012),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2020)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현상적 존재들로부터 삶의 결정체라 할 생태성과 생명성을 재해석해 내며 오롯 시조미학을 추구하는 젊은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