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정 전 총리가 보내온 책 꾸러미’라는 제하의 칼럼을 읽은 적 있다. 총리 시절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동반성장에 노력해 온 그분은 재직 당시 기업 호민관제도를 만들어 중소기업의 애로 척결에 누구보다도 앞장섰기에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광주와 전남지역의 기업호민관으로 위촉된 필자는 총리실 산하 기업호민관실과 직접 소통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고민 해결에 앞장섰다. 고충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면 정부의 여러 관련 부서를 거치며 지지부진하기 마련인지라 한시가 급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움만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시 한국산학협동연구원 회원사였던 중소기업의 경우, 부당한 과세로 관계기관에 누차에 걸쳐 호소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필자는 호민관으로서 이 건을 바로 접수, 한 달 안에 해결한 사례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시절 전국의 지역기업 호민관들은 일 년 중 전 후반기에 한 번씩 모여 진지한 해결방책을 논의하면서 동반성장 관련 정보를 공유하곤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지원해 줬던 총리가 떠나자 기업 호민관제도도 시들해졌으며, 지역에 있는 기업호민관 직도 사라지게 되었다.

2005년부터 10년간 광주지역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를 만들어 이끌었던 필자로서는 지금까지도 기업호민관을 인연으로 학자 출신의 그 총리님과 계속해서 많은 대화를 해 오고 있다. 며칠 전 그분이 보내온 한 질의 동반성장 연구보고서는 새해 들어 받은 첫 선물이었다. 책을 한 권씩 챙겨 보니 2014년부터 발간해 온 책들은 하나같이 동반성장의 가치실현을 위한 해법들을 담고 있다. 함께 멀리 가자, 한국사회가 묻고 동반성장이 답하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 동반성장, 공동체와 동반성장, 한반도 르네상스와 동반성장,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동반성장의 원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총 7권으로서 국내외 석학들의 견해도 포함돼 있다.

저서 중에 “두 사람이 사과 한 개씩을 가지고 있다가 서로 교환하면, 각자는 한 개의 사과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아이디어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가 서로 바꿔 가지면 그들은 아이디어를 각각 두 개씩 갖게 되는 셈이다”라고 말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ow)의 말이 참 와닿는다. 이는 실사구시적인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말로서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장을 내려놓은 이후 미처 이루지 못한 동반성장사회의 구현을 위해 순수 민간단체인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설립 취지에서 “효과는 미약할지 모르지만 부당한 오해와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폭넓게 동반성장문화를 확산시켜 보자는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분 개인적으로 보아서는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대한민국의 르네상스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자세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광주와 전남의 종합 싱크 탱크인 광주전남연구원을 이끌었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을 위한 정책연구기관으로 시도민의 응원을 받으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관 주도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든 나날이었다. 그래서 보다 독립적이면서 자유로운 연구를 위한 민간 싱크 탱크를 만들기로 작정했는데, 이에 적합한 모델을 바로 이 동반성장연구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필자와 생각을 같이하는 지역 연구자들은 지난해 1월, 순수 민간차원의 연구기관을 설립하는데 뜻을 같이해 미래남도연구원을 설립, 운영해 오고 있다.

대중소기업으로부터 비롯된 동반성장의 개념은 이제 업종 간, 빈부 간, 계층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동반성장사회 구현을 통해 르네상스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정 전 총리의 이야기처럼 우리 광주와 전남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도 동반성장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본다. 사회 양극화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남도의 앞날을 위해 동반성장의 정신을 갖고 우리 지역의 해법을 찾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