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보내고 싶다.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환자들을 구제하는 의료진들,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공무자들과 자원봉사자들, 백신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과학자와 의학자들. 올해 산타클로스는 오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다. 어느 뚱딴지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이 사람들이야말로 올해의 산타일 것이다.

정말 힘든 해였다. 세계 경제가 침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조차 마이너스 5%에서 10%의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천만명의 세계 시민들, 배급을 타기 위해 추운 거리에 늘어서 있는 지구인들이 넘친다. 문을 닫거나 파산하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수출 길도 판로도 막힌 침체에 빠진 중소기업들. 다 죽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웃집과 가게를 도둑질하지 않으며, 폭동도 없다. 묵묵히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세계의 시민들, 그 모습에서 우리는 위대한 인간의 존엄한 모습을 본다.

코로나19로 저무는 올 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울한 역사의 시기일 것이다. 이런 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며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렇게 살지, 아니면 더 큰 변종바이러스와 기후 위기로 인류의 멸망이 다가올지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놀랍게 세상이 변한다. 사람들은 마을과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병원에 안간 채 치료하며, 온라인으로 학교에 다닌다. 얼굴을 대하지 않는 장사 회의 교육 예술 활동이 어느덧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거리에 차량은 줄었고, 대중교통들이 한가롭고, 도시와 공장에서 매연이 줄어들어 미세먼지가 사라졌다. 세계화니 글로벌화니 떠드는 사람도 없다. 위험은 일상화되었지만 4차산업 인공지능 초연결 초지능화 가속으로 위험의 두려움은 우리의 스마트폰과 최첨단 기계와 도구들 속에서 극복돼 간다. 메가트렌드 세계질서의 변화들이다.

우리는 거대한 문명변화 속에 살고 있다. 완전히 달라진 지금의 삶을 사는 인류를 누군가 코로나 사피엔스라고 불렀다. 아마 코로나사피엔스는 센서 달린 방독면 같은 머리통과 인공지능 손과 발을 쓰는 인류일 것이다. 이 시대에 그린뉴딜 디지털뉴딜이라는 국내외적 대응이 나왔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긍정적인 문화가 있다. 그것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운명공동체로서의 사람들의 모습이다. 까뮤의 이방인에서처럼 페스트 앞에서 싸우지 않고, 내가 만일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공동체에 해가 될 것이라는 무거운 책임의식과 그로부터 마스크와 거리두기라는 생태적 실천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그렇게 인내하면서 시간과 환경과 질병과 싸우고 있다. 이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이 사피엔스가 결국 인간에게 다가오는 자연과 사회의 재해에 맞서 투쟁해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단서가 있다.

최근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 무엇인가를 묻는 조사에 배려>소통>관계>공동체>안전>건강 등의 언어를 시민들이 순차적으로 골랐다. 시민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를 놀랍게 공감하고 있었다.

결국 인류는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인간, 자연, 사회가 공존하는 새로운 코로나 신문명을 창조할 것이다. 한국은 너무도 잘하고 있지만 서로 힘을 북돋아줘야 한다. 광주는 그런 사회의 모범도시가 되어야한다.

우리시대의 MVP에 방탄소년단도 있고, 손흥민도 있고, 기생충도 있지만 우리는 가장 큰 대상을 공동체에 대한 희망과 책임을 안고 오늘도 마스크와 거리두기를 지키는 슬픔 속에도 당당히 걷고 있는 시민들에게 드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