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 작가는 자신의 이름자에 들어간 ‘운’(雲)처럼, 마치 운명에 이끌리듯 ‘구름 작가’가 됐다. 캔버스 위에 천연염색한 한지를 일일이 오려 붙여 구름의 형상을 만드는가 하면, 단 한 번의 붓질로 화선지에 물감이 스며들고 번져가는 형태를 완성하는 ‘1점 1획’ 기법으로 공기와 물, 자연을 그려 왔다. 하지만 이제 그의 작업 방식은 매우 달라졌다. 작품에 구름과 공기가 확연히 드러나기 보다는 작가 내면의 고민, 자기 성찰적, 고백적인 붓 터치를 선보인다. 확 달라진 강운 작가의 작품을 전시를 통해 만나보자.


강운 작가는 다음달 31일까지 광주 동구 대인동 문화공원 김냇과에서 ‘마음산책’전을 갖는다.

전시에서 공개된 50여점의 신작은 이전과는 매우 달라진 형태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넓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두껍게 칠한 후, 덜 마른 표면에 필사를 하거나 글씨를 써 표현했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see-through) 기법’을 통해서다. 거친 붓 터치의 흔적으로 발생한 마티에르가 인상적이다.

강 작가는 지난해 전시 준비를 위해 비무장지대 답사를 다녀왔는데, 당시 우연히 철조망을 끄집어내다 손바닥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이때 느낀 상처의 감정과 그동안의 치유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전시는 지난 1년간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끝에 가능케 됐다.

작업의 면면을 들어다보면, 그동안 작가가 크고 작은 인생의 사건들을 겪으며 삶을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적이고 고백적인 성격이 강하다. 우울증과 50대의 단상, 사랑과 이별 같은 개인적인 문제부터 관심 있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대담, 5·18민주화운동 등 작가의 관심사나 기억과 관련된 내용들이 두루 담겨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화면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지 않고 추상화돼 있다.

강운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상징성을 내포한 추상적인 색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빛이 될 수 있다”며 “신작 ‘마음산책’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심리적 색이 여백이 되고, 내재된 글자 흔적이 단서가 돼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그림자를 사유하고 결핍을 치유할 여지를 준다”고 밝혔다.

김냇과 관계자는 “그는 예술의 근본적인 화두를 짊어진 ‘구도자’(求道者)의 자세로 임해 왔으며, 이에 예술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그가 이제까지 해온 여러 작업에는 양상은 다르지만 작가 정신을 예리하게 가다듬는 수행의 성격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며 “‘마음산책’전의 신작들을 통해 강 작가의 관심이 이제는 관조적인 작업 보다는 치유의 작업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운 작가는 1966년 강진 출생으로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광주, 프랑스 파리 등 8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강운 作 ‘마음산책’ 연작 <작가 제공>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