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월세는커녕 가게 운영도 감당하기 힘드네요. 요즘 같은 때엔 휴업·폐업이 빚을 덜 지는 방법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광주의 전통적인 중심 상권인 동구 웨딩의 거리와 구시청 등 황금동 일대에서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상인들이 경기불황과 더불어 인상된 인건비 등 ‘삼중고’를 겪고 있어 결국 영업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행정기관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구도심 슬럼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7일 오후 동구 황금동 웨딩의 거리.

본격적인 가을 웨딩시즌을 앞두고 예비 신혼부부들의 발길이 이어져야 할 이곳은 한산함을 넘어 유령도시 같았다.

이 일대는 최근 코로나 확산세로 웨딩 관련 업체와 여행사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더욱 침체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웨딩의 거리에서는 한 블럭 건너 한 곳 이상의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거나 집기류는 그대로 남겨진 채 굳게 문이 닫힌 곳도 상당수였다.

웨딩의 거리에서 구시청까지 이르는 상가에도 임대를 내건 카페나 일반휴게음식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일대에서 웨딩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금복(38) 대표는 “결혼을 연기하거나 미루는 예비 부부들이 많아서 여행사 등은 아예 문을 닫았다”면서 “매출이 많이 줄어 힘든 시기지만 건물주는 월세를 낮춰주지도 않고 있다. 국가차원의 웨딩업종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월세를 낮추는 착한 임대료를 시행하는 건물주들도 있지만,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대다수다.

건물주들 역시 줄 이은 폐업에 임차인이 구해질 때까지 ‘무권리’를 앞세워 임대를 홍보하고 있으나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에다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새로운 업주 찾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중개법인 대표 A씨는 “구시청의 경우 유행에 따른 감성주점이나 헌팅포차 등 신생 업체들이 자주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높은 월세에 못 미치는 매출과 상승한 인건비 등의 문제로 업주들이 폐업을 결정하고 있어 이 일대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화시 도심 침체 등 슬럼화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시청과 웨딩의 거리 일대는 한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과 도시재생·재개발 등이 맞물려 알짜배기 땅으로 불린 곳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월세, 권리금, 인건비까지 감당하기 어려워 당장 장기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동구에 따르면 코로나가 창궐한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동구 관내에서 폐업한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 유흥업소 등은 155곳으로 한달 평균 26곳이 폐업하고 있는 등 상권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관할 지자체인 동구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장·금남로 및 지하상가의 경우 오랫동안 상인회를 운영, 행정과 의견을 나누고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동구 황금동과 불로동 일대 상인회는 전무해 실질적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결혼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웨딩의 거리 예복·예물 관련 업체의 휴업 또는 폐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웨딩의 거리나 구시청 상가는 상인회가 등록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건물주 등을 만나 임대료 인하 운동 동참을 부탁드리지만 사적 재산 문제인 만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