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판정 안심 표찰’까지 목에 걸었지만, 시민들에게는 코로나 감염지라는 인식이 더 큰가 봅니다.”

광주 대표 전통시장인 말바우시장이 폐쇄를 끝내고 재개장한지 이틀을 맞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시장 인근 지역과 식당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시장 내 상점 문을 모두 닫고 이틀간 소독과 방역을 수차례 진행했으나, ‘코로나 시장’이라는 오명 탓인지 시장 특유의 활기찬 모습은 보이지 않고, 썰렁하다 못해 냉기가 흘렀다.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시장 상인들은 “추석 대목을 떠나 이러다 꼼짝없이 망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에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13일 오전 북구 말바우시장.

예년 같았으면 3주일 여 남은 추석준비에 상인과 손님이 뒤엉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겠지만, 이날 시장 일대는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했다.

상인들 대부분은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확인’이라고 적힌 표찰을 목에 걸고 있었지만, 이미 코로나 감염 공포가 전통시장으로까지 번진 탓인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자 야채와 채소 등을 바구니에 담아 팔던 노점 상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심지어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여놓는 등 장사를 접고 문을 닫아놓은 점포들도 수두룩했다.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전날 장이 열렸지만 이날 한산한 시장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이미 말바우시장 상권은 초토화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평소대로라면 추석을 앞두고 시민들이 제사상에 들어갈 식품이나 물품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 감염지라는 인식 때문인지 전통시장을 찾은 손님을 보기 힘들 정도”라며 “채소를 팔던 노점상들도 대부분 장사를 접고 떠났고, 정육점이나 채소가게는 준비해놓은 식품을 팔지 못할 경우 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거다”고 걱정했다.

채소를 팔고 있던 상인도 “몇 푼이라도 벌어볼 생각에 아침에 나왔지만, 시장 자체에 사람이 없다”면서 “이젠 생계 걱정에 너무 막막하다. 코로나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시장 상인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구제할 실질적인 피해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할 지자체인 북구에서 온누리 상품권 구매 및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 등을 통해 상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이는 임시방편 일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제고되기 전에는 아무리 좋은 지원책을 펼칠지라도 불안감에 휩싸인 시민들이 전통시장 방문을 꺼려하는 등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홍보활동과 함께 다각적인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북구 관계자는 “지난 10-11일 이틀간 진행한 방역에 이어 앞으로 한차례 더 일제 방역소독을 실시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겠다”며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의 경우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북구청 공무원들도 동참하는 등 시장 상인들의 어려움 극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