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이 왔건만
논설실장
- 재생 준비중
2020. 09. 10(목) 18:29 가+가-
가끔 들르는 서점 내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글귀가 있다. 맞는 말이다 싶은 게 당연히 책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고, 책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이 글귀의 힘이 없어 보인다. 책을 찾고 읽는 이들이 급속히 줄고 있기에, 눈 뜨면 스마트폰이고 눈 감기 직전도 스마트폰이니 안 그렇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첨단 디지털 기기가 없던 시절에야 종이글자가 정보 교류의 대세였고 책과 신문이 그 수단이었다. 지금은 책과 신문을 들고 다니는 게 어색할 정도가 돼버렸다. 특히 책의 경우 읽는 분야도 문학과 교양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기계발과 투자 관련 책이 먼저 손에 잡히는 시대가 됐다.
바쁘고 쫓기는 시대에 차분히 앉아 문학적 소양과 정신을 맑게 하는 교양서적을 읽는 게 한가한 일은 아닐까 하는 기분마저 든다. 시시각각으로 팩트를 찾아다녀야 하거늘 그럴싸하고 멋진 표현을 좇아가는 게 촌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캐릭터로 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코로나19 시국에 먹고 사는 게 힘든 판인데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운을 떼니, 낯설고 쓴웃음이 나오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독서의 계절이란 게 좀 우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독서란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해야 함에도 따로 시기를 정해놓고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렇다. 이런 사회적 관습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물론 애초 좋은 뜻으로 독서의 계절이라고 명명했겠지만.
여하튼 무덥고 습한 여름이 가고 청명한 가을이 찾아와 책 읽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자연스럽게 서점에 꽂힌 책 한권을 들어보는 여유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무조건 책을 읽자고 하는 말이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의무감을 갖고 책을 읽자고 하면 진정 독서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필자도 책 읽는 것을 거추장스럽게 느끼는 부류에 속한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수년 전부터 좀 멀어졌다. 그 이전엔 책 한권이라도 더 읽어야겠다는 오기에 차 있었다. 정말이지 책을 좋아하고, 아니 좋아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던 때가 있었다. 지식 축적의 기준이 집에 쌓아놓은 책 높이에 비례한다는 이상한 시각과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책을 잘 들지 않는다. 일부러 안 보려 한다는 표현이 들어맞겠다. 서점에 가면 저마다 자기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환청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책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가치 있는 책을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거나 필자 스스로 감수성이나 지식 욕구가 뚝 떨어진 탓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시답지 않은 책이 눈에 거슬린다. 이렇게 하면 돈이 벌리고, 저렇게 하면 힐링이 되고 하는 식으로 웬 놈의 주문과 명령식의 책 제목과 내용이 많은지 가끔은 혀를 찰 때가 있다. 시시한 내용을 마치 비책을 내놓는 양하는 얄팍한 저자들의 지껄임이 속을 많이 뒤집는다.
어느 성직자가 성경 이외의 모든 책은 참고서나 잡지에 불과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이 말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싶을 때가 있다. 출판사의 유혹과 감언이설로 책을 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선량한 마음을 갖고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책까지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혀야겠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책다운 책이 아닌 책을 굳이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 무턱대고 독서의 계절이란 말로 책 읽기의 문화적 강요를 하지 말자는 뜻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신에게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 책까지 찾아 읽어야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양질의 독서를 절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읽어야 할 책은 읽어가야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책이라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어가는 게 필요하다. 요즘 같이 정서가 메말라가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매우 중히 여기는 시대엔 마음의 양식이 더 없이 긴요하다 하겠다.
마음의 양식이 꼭 책일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경험하고 지식을 얻는 데 책만 한 게 없다고 봐야 한다. 책을 통해 지혜까지 온전히 얻을 것이라고는 장담 못하겠다. 진정한 지혜는 직접 체험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기에 그렇다.
여기서 지식과 지혜에 대해 운운하면 말이 다소 길어지고 엇나갔을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게 좋겠다. 다만 독서의 계절이란 이 시기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이 시국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좋은 책 한권을 찾아 읽는 것은 보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밋밋한 제언이지만 실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갈수록 이 글귀의 힘이 없어 보인다. 책을 찾고 읽는 이들이 급속히 줄고 있기에, 눈 뜨면 스마트폰이고 눈 감기 직전도 스마트폰이니 안 그렇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첨단 디지털 기기가 없던 시절에야 종이글자가 정보 교류의 대세였고 책과 신문이 그 수단이었다. 지금은 책과 신문을 들고 다니는 게 어색할 정도가 돼버렸다. 특히 책의 경우 읽는 분야도 문학과 교양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기계발과 투자 관련 책이 먼저 손에 잡히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19 시국에 먹고 사는 게 힘든 판인데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운을 떼니, 낯설고 쓴웃음이 나오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독서의 계절이란 게 좀 우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독서란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해야 함에도 따로 시기를 정해놓고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렇다. 이런 사회적 관습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물론 애초 좋은 뜻으로 독서의 계절이라고 명명했겠지만.
여하튼 무덥고 습한 여름이 가고 청명한 가을이 찾아와 책 읽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자연스럽게 서점에 꽂힌 책 한권을 들어보는 여유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무조건 책을 읽자고 하는 말이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의무감을 갖고 책을 읽자고 하면 진정 독서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필자도 책 읽는 것을 거추장스럽게 느끼는 부류에 속한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수년 전부터 좀 멀어졌다. 그 이전엔 책 한권이라도 더 읽어야겠다는 오기에 차 있었다. 정말이지 책을 좋아하고, 아니 좋아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던 때가 있었다. 지식 축적의 기준이 집에 쌓아놓은 책 높이에 비례한다는 이상한 시각과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책을 잘 들지 않는다. 일부러 안 보려 한다는 표현이 들어맞겠다. 서점에 가면 저마다 자기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환청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책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가치 있는 책을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거나 필자 스스로 감수성이나 지식 욕구가 뚝 떨어진 탓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시답지 않은 책이 눈에 거슬린다. 이렇게 하면 돈이 벌리고, 저렇게 하면 힐링이 되고 하는 식으로 웬 놈의 주문과 명령식의 책 제목과 내용이 많은지 가끔은 혀를 찰 때가 있다. 시시한 내용을 마치 비책을 내놓는 양하는 얄팍한 저자들의 지껄임이 속을 많이 뒤집는다.
어느 성직자가 성경 이외의 모든 책은 참고서나 잡지에 불과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이 말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싶을 때가 있다. 출판사의 유혹과 감언이설로 책을 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선량한 마음을 갖고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책까지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혀야겠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책다운 책이 아닌 책을 굳이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 무턱대고 독서의 계절이란 말로 책 읽기의 문화적 강요를 하지 말자는 뜻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신에게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 책까지 찾아 읽어야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양질의 독서를 절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읽어야 할 책은 읽어가야 한다. 천고마비의 계절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책이라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어가는 게 필요하다. 요즘 같이 정서가 메말라가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매우 중히 여기는 시대엔 마음의 양식이 더 없이 긴요하다 하겠다.
마음의 양식이 꼭 책일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경험하고 지식을 얻는 데 책만 한 게 없다고 봐야 한다. 책을 통해 지혜까지 온전히 얻을 것이라고는 장담 못하겠다. 진정한 지혜는 직접 체험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기에 그렇다.
여기서 지식과 지혜에 대해 운운하면 말이 다소 길어지고 엇나갔을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게 좋겠다. 다만 독서의 계절이란 이 시기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이 시국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좋은 책 한권을 찾아 읽는 것은 보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밋밋한 제언이지만 실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