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과거 농업중심의 국가였지만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며 점차 농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이농현상, 농업생태계 훼손 등 농촌의 환경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농업의 기반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상황 속, 눈길을 끄는 제도가 있다. 농촌의 자원을 계승하고 보호하기 위해 추진되는 국가중요농업유산이라는 제도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농업·농촌의 다원적 자원 중 100년 이상 전통성을 가진 자원으로서 전승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국가가 지정한 유산이다. 농업인이 해당 지역에서 환경과 사회, 풍습 등에 적응하며 오랜기간 형성시켜 온 유형과 무형의 농업자원을 가리킨다.

2012년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를 도입한 이래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15개의 자원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농업군인 강진군은 중요 농업유산에 대한 국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유산적 가치가 있는 농업자원을 발굴해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신청하고 농업유산에 대한 주민교육, 대학교수 자문, 현장조사 등 지정절차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

강진군의 농업유산은 ‘수로’다. 작천면과 병영면에 있는 연방죽 간 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연계수로와 하멜이 관여한 생태순환 수로 시스템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탐진농가와 병영성 복원, 하멜 표류기 등의 역사적인 자료 및 문헌, 주민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수십차례 현장 조사를 거쳐 선조들이 활용했던 농업기술의 흔적을 발굴하고 입증해 왔다.

옛 병영은 병영성의 이설로 한양만큼 인구밀도가 높았다고 한다. 병영성 내 기본적으로 주둔한 병력이 1천명에 달했고, 병영성을 중심으로 경제권이 형성돼 많은 주민들이 이주해 오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이들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하천은 수인산에서 발원한 병영천과 상림쪽에 흐르는 성동천이 전부였다. 아울러 병영성은 성을 보호해야 할 해자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어서 상시 해자에 물을 공급해야 했다.

이에 해자에 군사용 수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막대한 인구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이를 다시 간척지를 제외하면 전남에서 2번째로 넓은 농경지 한들평야의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농경지 곳곳에 방죽을 축조했다.

수인산 홈골에서 시작해 병영면 소재지로 흐르는 병영천의 구역 구역에 수백개의 보를 설치해 마을(한골목 돌담길)로 물이 공급되게 했고 그 물이 생활용수로 활용되고 또 흘러 내려가 농업용수로 활용되다가 병영성 해자로 유임됨으로써 군사용으로 활용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근 연방죽(하고제)로 흘러가 다시 농업용수로 활용되는 이중 삼중의 순환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시스템은 아직도 일부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병영 작천의 5개 연방죽(하고제, 중고제, 요동제, 돌야제, 용동제)은 물 부족 시 수로를 통해 인근 연방죽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다. 농번기가 끝나면 붕어, 잉어, 가물치 등 민물고기도 잡고 잔치도 열고, 이웃과 정도 나누는 지역공동체 문화로 자리잡힌 가래치기 행사가 추진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되면 농촌다원적자원 보전, 전승 및 활용사업 명목의 국비 예산(10억)이 지원된다. 해당 농업유산에 대한 자원조사, 관리계획 수립, 주민교육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게 된다.

강진군의 농업기술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사시사철 연방죽과 함께 생활해온 옛 어르신들의 추억과 향수 등은 지속보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의 농업유산인 ‘연방죽 생태순환 수로’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야 할 것이다. 지켜야 할 소중한 전통의 가치를 계승하며 농업의 역사가 더욱 풍부하고 깊어지는 강진군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