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일 이상 진행된 전공의들의 불법적인 집단휴업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었고, 급기야 응급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불행한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9월 4일에 당·정과 의사협회 간의 협의가 이루어져서 휴업은 풀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이었던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원점으로 돌아가 재논의하기로 하여, 그 중요한 안건은 미봉책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는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그리고 2016년 광화문 촛불시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시민들의 힘으로 위태로웠던 민주주의를 지켜왔습니다. 이렇게 키워온 민주주의가 집단의 이익에 매몰된 의사 단체에 의해 불법적으로 훼손당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심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진정한 뜻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모두에게 보장하자는 것이지만, 어떤 특정집단이 전 국민을 상대로 자행하는 집단테러까지 허용하자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원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OECD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천 명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또한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는 OECD 평균이 13.9명인데 우리나라는 7.5명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자기들의 수입보장을 위해 의대 정원의 동결을 주장한 의사들의 과도한 요구를 역대정권이 수용한 결과입니다. 이런 불공정한 룰이 지속되면서 의사들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보다 영리적 이해에 경도된 이기적 괴물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번째로 기성 정치인들의 태도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특정집단의 공격에 정치권은 당파를 떠나 여야가 함께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이들의 불법적인 행동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를 공격하는 빌미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국민의 이해와 상반될뿐더러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세 번째로 의사집단의 자정능력 상실입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개인적으로 보면 대부분 자질이 뛰어나고 성실한 전문인들로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집단으로 뭉치면 어떤 사람이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지금의 의사협회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지극히 정치적이며 극단적인 방식으로 투쟁하면서 국민을 패닉에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자제시킬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 등 원로들의 불법휴업에 동조하는 모습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불랫은 그들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에서 기성 정치세력이 국민 전체에 위해를 끼치는 세력에게 대처하지 못하여 국가가 혼란스러워지면,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게 되고 이를 응징할 강한 힘을 바라게 된다고 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파시스트라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탈리아의 뭇솔리니, 독일의 히틀러,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혼란을 이용하여 권력을 장악한 후 민주주의를 무너트리고 마침내 국가를 파멸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두 정치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지금 의사단체의 불법적 단체행동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 따르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구성원 간의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의 규범이 확립되어야 가능합니다. “상호 관용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도 인정하는 집단 의지를 뜻하며, 제도적 자제는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 이 규범들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함께 허물어진다”라고 경고합니다.

의사단체의 실력행사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국민의 건강복지, 건강권에 대한 배려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단체에 충언한다면 국민은 건강복지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는 의사의 직업적 이해보다는 우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어떤 정당이나 이익단체도 국민과 대결해서 이긴 경우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