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폭등으로 ‘3등 국민’이 된 지방민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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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9. 01(화) 19:08 가+가-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한다는 뉴스에 지인의 넋두리가 떠올랐다. 연말에 결혼할 아들 집 문제였다. 아들은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들어갔다. 예비 며느리는 같은 대학을 나와 서울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신혼집 장만에 도움을 주고 싶은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한다. 집값이 광주에 비해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니 당연하다. 그래서 서울에 취직한 아들과 예비 며느리를 오히려 원망하는 기색이다.
3년 전 필자가 모 신문에 쓴 칼럼(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지방은 없다) 내용 일부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필자 처지가 지인(知人)의 3년 전 상황과 똑같다. 아들 집 문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잡은 아들이 머지않아 결혼할 듯싶다. 그런데 매일 들려오는 서울발(發) 뉴스가 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서울 ‘집값 폭등’과 ‘전세 실종’ 등이 그것이다. ‘영끌매’는 언감생심이고 전셋집 마련조차 여의치 않은 아들이 짠해 그렇다.
요즘 필자는 서울 가는 게 그다지 달갑지 않다. 연식(年式)이 돼 거동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세상사를 논할 친구가 서울에 없어서도 아니다. 차비(車費)가 없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한때는 서울을 제집 드나들 듯했는데, 어느 날부터 서울이라는 도시가 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북적거리는 지하철이나 미세먼지 때문이 아니다. 높은 서울 ‘집값’이 필자로 하여금 패배자라는 인식에 불을 댕겨서다. 광주 집값과 비교하면 울화통이 터지니 말이다.
서울 집값이 광주보다 훨씬 비싸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집값이란 지가·희소성·선호도·수요공급·개인소득·지역경제력·투자가치 등등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나타난 경제 활동 결과이지 않은가. 필자가 그 이치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서울 집값 폭등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을 연상시킬 정도로 ‘미친 집값’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튤립 꽃이 아니니 문제다. 사실 한번 오른 집값은 특별한 사변(事變)이 있지 않고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 집값 폭등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이유는 다른데 있다. 지방 사람을 영원히 ‘3등 국민’으로 고착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거주 도시에 따른 신(新) 계층 구조가 존재한다. 서울은 ‘1등 국민’ 수도권은 ‘2등 국민’ 비수도권은 ‘3등 국민’ 등이 그것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계층을 구분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집값이다. 집값은 서울이 가장 비싸고, 수도권이 그 다음이고, 비수도권인 지방이 가장 싸다. 서울로부터 거리에 따라 집값이 반비례하는 이른바 거리조락(距離凋落) 현상을 보인다. 예외적인 특정 지방대도시 사례도 있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비슷하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가격 분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집값은 개인 총자산의 전부다. 작년 12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국내 상위 중산층 총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7.3%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개인 총자산은 금융 자산이 아닌 주택 가격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집값은 서울-수도권-지방 순으로 차이가 있으니 어디에 사느냐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방 사람은 ‘3등 국민’인 것이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이 총자산 소득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MIT대 매튜 렁리(Matthew Rognlie)는 2015년 펴낸 논문 ‘순자본 수익의 하락과 상승에 대한 해석: 축적인가 희소인가?’에서 1948-2010년 동안 선진국에서 순(純)자본 수익 증가는 대부분 주택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즉 자본 수익이 주식·채권 등 자산 소득 증가보다 주택 등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더 많이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자본 소득의 장기적인 증가도 주택 자산이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뜀박질하고 있다. 매튜 링거의 주장처럼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서울 사람의 자산 소득 증가는 앞으로 가빠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지방 사람과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문제는 서울과 지방 간 자산 격차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 사람들의 서울 진입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새로운 ‘진입 장벽’이 생기는 셈이다. 서울-지방 간 자산 소득 차이로 지방 사람은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도 힘들게 된다. 이런 악순환 구조는 지방 사람을 영원히 ‘3등 국민’으로 전락시킨다.
사는 곳에 따라 사회적 계층이 형성되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수위 도시와 지방 간 집값 차이는 세계적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재 상황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분명 ‘미친 대한민국’이다. 영원히 ‘3등 국민’으로 살아가야 할 지방민의 후손들이 안쓰럽다. 지방에 사는 것이 무슨 죄도 아닌데 말이다. 정녕 방법은 없는 것일까.
3년 전 필자가 모 신문에 쓴 칼럼(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지방은 없다) 내용 일부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필자 처지가 지인(知人)의 3년 전 상황과 똑같다. 아들 집 문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잡은 아들이 머지않아 결혼할 듯싶다. 그런데 매일 들려오는 서울발(發) 뉴스가 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서울 ‘집값 폭등’과 ‘전세 실종’ 등이 그것이다. ‘영끌매’는 언감생심이고 전셋집 마련조차 여의치 않은 아들이 짠해 그렇다.
서울 집값이 광주보다 훨씬 비싸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집값이란 지가·희소성·선호도·수요공급·개인소득·지역경제력·투자가치 등등 여러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나타난 경제 활동 결과이지 않은가. 필자가 그 이치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서울 집값 폭등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을 연상시킬 정도로 ‘미친 집값’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튤립 꽃이 아니니 문제다. 사실 한번 오른 집값은 특별한 사변(事變)이 있지 않고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 집값 폭등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이유는 다른데 있다. 지방 사람을 영원히 ‘3등 국민’으로 고착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거주 도시에 따른 신(新) 계층 구조가 존재한다. 서울은 ‘1등 국민’ 수도권은 ‘2등 국민’ 비수도권은 ‘3등 국민’ 등이 그것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계층을 구분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집값이다. 집값은 서울이 가장 비싸고, 수도권이 그 다음이고, 비수도권인 지방이 가장 싸다. 서울로부터 거리에 따라 집값이 반비례하는 이른바 거리조락(距離凋落) 현상을 보인다. 예외적인 특정 지방대도시 사례도 있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비슷하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가격 분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집값은 개인 총자산의 전부다. 작년 12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국내 상위 중산층 총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7.3%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개인 총자산은 금융 자산이 아닌 주택 가격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집값은 서울-수도권-지방 순으로 차이가 있으니 어디에 사느냐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방 사람은 ‘3등 국민’인 것이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이 총자산 소득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MIT대 매튜 렁리(Matthew Rognlie)는 2015년 펴낸 논문 ‘순자본 수익의 하락과 상승에 대한 해석: 축적인가 희소인가?’에서 1948-2010년 동안 선진국에서 순(純)자본 수익 증가는 대부분 주택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즉 자본 수익이 주식·채권 등 자산 소득 증가보다 주택 등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더 많이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자본 소득의 장기적인 증가도 주택 자산이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뜀박질하고 있다. 매튜 링거의 주장처럼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서울 사람의 자산 소득 증가는 앞으로 가빠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지방 사람과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문제는 서울과 지방 간 자산 격차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 사람들의 서울 진입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새로운 ‘진입 장벽’이 생기는 셈이다. 서울-지방 간 자산 소득 차이로 지방 사람은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도 힘들게 된다. 이런 악순환 구조는 지방 사람을 영원히 ‘3등 국민’으로 전락시킨다.
사는 곳에 따라 사회적 계층이 형성되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수위 도시와 지방 간 집값 차이는 세계적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재 상황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분명 ‘미친 대한민국’이다. 영원히 ‘3등 국민’으로 살아가야 할 지방민의 후손들이 안쓰럽다. 지방에 사는 것이 무슨 죄도 아닌데 말이다. 정녕 방법은 없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