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다. 해님과 달님이 등장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래동화의 한 부분으로, 깊은 산 속에 살던 홀어머니와 오누이, 그리고 호랑이가 등장한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장터에 떡을 내다 파는 일로 남매를 부양해 온 어머니는 어느 늦은 밤 장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첫 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고개를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호랑이에게 계속해서 떡을 준 어머니는 결국 다 빼앗겨 잡아먹히고, 그 호랑이는 오누이까지 잡아먹기 위해 오두막집으로 향한다. 호랑이를 피해 나무위로 올라간 오누이는 하늘에서 내려준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 해님·달님이 되고, 호랑이는 하늘에서 내려준 썩은 동아줄을 잡고 하늘에 오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해님달님 동화를 생각해보면, 최근 광주지역 기초의회와 자치단체의 관계가 떠오른다. 집행부 감시·견제라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구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의 비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해마다 구의원들의 비위에 휘말리는 광주의 한 기초의회는 최근 재량사업비를 놓고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재량사업비란 각 기초의원이 희망하는 사업에 쓸 수 있도록 배정된 예산을 뜻하며, ‘포괄 사업비’나 ‘주민 숙원 사업비’로도 불린다.

엄격하고 투명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편성·집행되는 일반 예산과 달리 견제가 허술하다 보니 ‘유혹’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 의원 개개인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이 재량사업비를 유지하기 위한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흘러나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각종 비리로 수차례 비판을 받아온 의회가 자정의 노력으로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청렴한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인데도 말이다.

그동안 납품 비위 또는 불법 수의계약 등으로 지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지탄을 받아왔다. 끝없는 탐욕으로 죽음을 맞이한 호랑이처럼 나락으로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