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의과대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89년 이후 연간 3천여명으로 묶여 있는 정원을 31년 만에 푸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료 인력 확충은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공약이다.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전남지역에만 의과대가 없다. 이 말을 듣는 지역민은 어떤 마음이 들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분노, 울분, 허탈함이 치밀 것이다. 얼마 전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로 좌절감을 맛본 전남지역민들이다. 한전공대 개교와 연계, 국토균형발전의 논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타 지역으로부터 정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전남지역민들은 큰 ‘동력’ 하나를 얻었다. 시급한 지역현안을 풀기 위해 똘똘 뭉치는 저력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기 위해 전남도를 비롯해 광주시와 전북도, 학계, 경제계, 지역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단결하는 모습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그 연대의 힘은 의과대의 유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남 동부와 서부가 그간 의과대 유치를 둘러싼 갈등을 접고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목포시와 순천시, 목포대와 순천대가 최근 전남도청에서 우선 전남지역에 의과대를 유치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서로 자기 지역으로 의과대를 가져와야 한다는 아집에서 한발 물러나 어쨌든 의과대를 전남지역으로 유치해놓고 보자는 대승적 결단을 한 것이다.

당정은 코로나19 재난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과 필수·공공의료 취약지역 중심 의과대 정원 확대 의지를 밝혀왔다. 이제 문을 연 21대 국회가 의과대 신설 및 정원 확대 등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여 의료인력 충원은 물론 의과대 신설이 크게 부상할 전망이다. 의료 복지에서 소외된 전남의 의과대 유치 활동도 그만큼 속도를 내게 된다. 전남도는 이번 달 범도민 의과대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 운영에 들어가고 다음달부터 도내 국립의대 유치 국회 정책포럼을 포함해 전남시민·사회단체·유관기관 유치 홍보 및 활동을 지원한다. 이번에는 꼭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