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 및 보도가 9일부터 금지된다. 사상 유래없는 ‘깜깜이 선거’가 펼쳐지면서 표심의 향배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 총선’으로 불리울 만큼 모든 이슈가 사라진 이번 선거전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은 그나마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세를 분석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지만, 이제부터는 막판 최대 변수인 부동층 파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 투표가 끝나는 15일 오후 6시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8일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금지 기간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보도되면 자칫 선거인의 진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막판 지지 후보 선택으로 당선이 뒤바뀔 가능성 등 갖가지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에 분주하다.

광주·전남의 경우도 18개 지역구 모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일부 2-3곳의 접전 선거구를 중심으로 뒤집기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표까지 1주일, 얼마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총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4%가 깜깜이 기간인 ‘투표 1주일 전부터 투표 당일’ 사이에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자체 분석을 통해 당초의 전망치를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비례정당 선거에서도 압도적 승리를 몰아 달라며 부동층 잡기에 전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생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야권, 경쟁력을 갖춘 무소속 후보들은 민주당의 1당 독점은 안된다며 인물과 정책을 보고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여당을 견제할 대체 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부동표 결집에 발벗고 나섰다.

역대 공직선거에서는 막판의 부동층의 선택이 승부를 결정짓곤 했다. 호남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당대결 구도가 고착화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정치 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첫 선거권을 갖는 만 18세를 비롯해 20-30대 청년의 경우 변화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대면 접촉이 사라지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나, 아직껏 표심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의 선택이 막판 선거판을 뒤바꾸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후보 얼굴도 모르고 공약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야 하는 21대 총선이 1주일 앞이다. 계량화가 안 되지만 여론조사에도 응하지 않은 부동층은 여론조사 수치와는 상당히 다른 표심을 보인다. 깜깜이 선거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