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주요 현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1조원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암초를 만났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평가기준이 지자체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데다 세부 평가항목 배점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입지 조건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연구 인력이 많은 수도권과 인접 후보지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을 이용해 미세한 물질이나 물리 화학적 현상을 현미경처럼 관찰하는 장치다.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전국 최하위 수준인 호남권 연구개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호남권 대학과 방사광가속기가 연계되면 첨단연구 역량이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다. 전남도뿐 아니라 광주시와 전북도가 유치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전국 5개 지자체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 나주를 비롯해 인천 송도, 충북 오창, 강원 춘천, 경북 포항이다. 그런데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공모 계획 평가기준을 놓고 불공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과기부는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대형가속기 장기로드맵을 확정하자 부지선정위원회 평가기준 확정을 거쳐 사흘 만에 부지 유치 공고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기부는 전문적인 지표선정위원회 구성이나 내용의 적정성 검증, 지자체 의견 수렴 등 공식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또 평가기준의 경우 각 분야의 총 배점(기본요건 25점, 입지조건 50점, 지자체 지원 25점)만 있을 뿐, 평가항목 및 세부 배점이나 평가방법, 평가기준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 균형발전 실현을 지향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산업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은 지역 간 분산 배치를 통해 재난에 대비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가 대형연구시설이 대전, 포항, 경주, 부산 등 충청·영남지역에 편중돼 있고 호남권은 전국 최하위 수준에 불과해 연구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