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죠. 월세랑 밀린 월급을 메우려고 대출까지 받았는데, 매출은 없으니 대출금 갚을 일도 막막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영세 예체능학원들이 줄폐업 위기에 놓였다.

예체능학원 특성상 강습과정에서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탓에 일반 학원이나 교습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지역 학원가에 따르면 태권도장 등 영세한 예체능학원들이 폐원을 검토할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태권도장·유도관 등 광주지역 체육관 상당수가 도장 문을 닫고 무기한 휴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휴원 권고’에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체육관 문을 열고 있지만 도장에 나오는 원생은 고작 2명이 전부다.

김씨는 “예체능 학원 중에서도 태권도 학원은 거의 다 휴원했고, 그나마 문을 연 체육관에도 원생 10명중 한명꼴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초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끝나고 나서도 떠나간 원생들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을 연 체육관들은 철저한 소독과 방역 지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지만 재등록하겠다는 원생들은 감감무소식이다.

사범을 둔 도장은 더욱 타격이 크다.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월급은 예전과 똑같이 나가고 월세까지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신청한 대출금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받을 수 있어 모아 놓은 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유도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면 접촉이 불가피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휴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산구의 한 유도체육관 관장은 “처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게 했는데, 차라리 쉬는 게 낫겠다 싶어 이번 주까지 휴원키로 했다”면서 “벌써 5주째 체육관을 쉬고 있다. 이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체능학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휴원에 따른 지원책도, 실효성 있는 보상도 전무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시설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5일 광주시태권도협회는 지역 일선 태권도장에 방역비 차원의 지원금 30만원을 배부했다. 또 광주시검도협회는 지난달 31일 관내 19개 공인도장에 각 100만원씩 지원했다. 다른 체육협회는 아직까지 지원금 배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역 체육단체 한 관계자는 “관련 종목 단체에서의 지원이 전제돼야겠지만 광주시나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며 “실내체육시설에 운영 중단 권고조치를 내린 만큼 현실성 있는 다양한 지원책들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는 체육시설을 도울 수 있는 지원책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휴관이 불가피한 경우, 발열체크나 방역 등의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체육시설에 한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피해 업주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소상공인 대출이나 긴급생계금 지원 등을 안내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 지원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지원 정책이 결정되면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