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여우가 사람을 홀리고 신출귀몰(神出鬼沒)하는 이야기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유형화(類型化)돼 왔으며, 여우의 이러한 이미지로 인해 봄철 건조하고 바람 많은 날씨에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화재를 ‘여우불’이라 칭하고 경계해왔다.

화재가 발생하기에 좋은 기상조건으로는 낮은 실효습도(實效濕度)와 강한 바람인데, 봄철에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부합(符合)한다. 여기서 실효습도란 물체의 건조 상태를 나타내어 화재 발생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실효습도가 50% 이하면 물체가 인화되기에 좋은 조건인데, 봄철에는 건조주의보나 건조경보가 줄곧 발령된다.

또 봄철은 기압 차로 인해 강풍(强風)이 자주 발생하는데, 낮은 실효습도로 인해 발생한 불을 강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킨다. 지난해 4월 국가적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됐던 강원산불은 1명이 사망하고, 많은 산림피해와 가옥을 태우는 등 많은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로 아름다운 국토를 불태우고 많은 이재민을 발생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서울 수락산에 화재가 발생해 산림 4천㎡가 소실됐으며, 울산에서도 산불을 진압하던 헬기가 추락해 헬기 부기장이 실종되는 등 이재민 41명과 산림 200㏊가 소실됐다. 또한 우리지역 전남 나주, 함평, 보성, 고흥 등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국가적 ‘재난사태’가 선포된 것은 총 3건으로, 2건이 4월 초에 발생한 산불인 만큼 여우불의 위험성(危險性)을 알 수 있다.

2019년도 전국 임야화재 ‘2천212건’(피해가 확인된 건수) 중 봄철 화재는 1천228건으로 56%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가량이 산지로 이뤄져 화재가 발생하면 산불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농후해 진화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런 관계로 산불이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와 함께 많은 물적 자원이 동반되기 때문에 예방(豫防)이 우선 시 돼야 한다.

특히 봄철 여우불은 작은 불티라도 강풍에 의해 비화(飛火)돼 화재가 급속도(急速度)로 확산되기 때문에 사소한 부주의(不注意)로도 큰 재난(災難)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화전을 지양(止揚)하고, 입산 시 화기를 소지하지 않도록 하며, 불을 목격하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신속히 알려 초기진화(初期鎭火)를 하는 게 중요하다.

산불로 인해 타버린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의 시간과 경비,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努力)이 필요하다. 우리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산을 후세(後世)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산불 예방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마음보다 ‘나라도’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산불로부터 아름다운 금수강산(錦繡江山)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未來世代)에게 보다 건강한 나라를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確信)한다.

/신생균 남부소방서 예방총괄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