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가 도심 한가운데서 포르쉐 차량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부순 사건과 관련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차량 주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사 없이 조직 폭력배를 풀어주는 등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에서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3일 야구방망이로 친구 소유의 차량을 부순 혐의(특수재물손괴)로 지역 모 폭력조직 행동대원 A(36)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1일 오후 9시30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식당 앞 도로에 주차된 친구 B(36)씨의 고급 외제차량을 야구방망이로 수차례 내리쳐 유리창·보닛 등을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생활고에 시달린 A씨는 B씨가 금전적으로 어려운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서 값비싼 외제 승용차를 몰고 나타나자 격분해 이러한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학생 시절부터 친구사이로 3-4년 전 동업을 하는 등 친형제처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 당시 경찰의 사건 처리 대응이 안이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A씨는 광주지방경찰청에서 관리하는 한 폭력조직 소속 조직원이었지만 경찰은 A씨를 서부경찰서 상무지구대까지 임의 동행했으면서도 조폭인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량 주인인 B씨가 “친구 사이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은 A씨를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이다.

이달 17일부터 100일 동안 상습적인 생활폭력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특별 단속기간을 정한 광주지방경찰청의 지침은 구호에 그쳐 버린 셈이다.

이와 함께 경찰의 허술한 보고 시스템도 드러났다.

사건을 뒤늦게 보고 받은 서부경찰서 한 형사가 A씨의 이름을 조회한 뒤에야 두 사람이 조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조폭 사건을 담당하는 강력팀과 광주청 광역수사대에 공조 요청을 했다.

그 사이 B씨는 휴대전화를 꺼놓고 연락이 두절됐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두 사람은 그제야 경찰에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부경찰서도 상무지구대의 임의 동행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상무지구대 관계자는 “신원 조회 대상자가 관리대상 조폭인지 지구대에서는 알 수 없다”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있어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 서부경찰서에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추가 조사 등을 통해 또 다른 범죄 사실이 있는지 보강 수사를 벌여 법규 위반 사항이 드러날 경우 엄정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