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일부 고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 수학 시험이 대부분 참고서 등에서 베꼈다는 교육단체의 주장에 시교육청이 정면 반박에 나서는 등 공방이 일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19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국공립·사립 등 10개 고등학교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출제한 1-2학년 35개 수학 지필 평가 시험문제를 분석한 결과 참고서와 사설 문제지, 모의고사 등에서 그대로 가져오거나 숫자(수식)만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체 문항 가운데 최소 70%가 이러한 출제 형태를 보였고, 문항 전체를 모두 다른 곳에서 베낀 학교도 확인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철저한 실태조사와 감사, 징계 등을 요구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능 및 전국연합, 모의고사 기출, EBS 교재 등의 문제들은 모든 학생에게 공개된 것”이라며 “학교의 교육과정과 연관해 학생들의 학습 특성에 적합한 문제를 선정, 학교 시험에 출제하는 것은 학생 평가의 공정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교과서나 부교재 등에서 출제하는 것은 평가 대상인 전체 학생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학습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타당도 높은 문항들로 학생들의 학습 동기 부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또 “수능시험의 수학 문제도 EBS 연계 등을 통해 EBS교재와 기존 수능 유형 문제가 출제되고 있으며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도 문제은행에서 출제하는 형태의 시험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교육청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에 ‘시중에 유통되는 참고서의 문제를 전재하거나 일부만 변경해 출제하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한다’고 적시돼 있다”며 “이 규정의 의미는 전체가 아닌 일부 학생들이 본 교재에서 문항이 출제됨으로써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특정한 학생들에게만 자료를 제공되거나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한 사안은 관련자 징계 등을 통해 강력 대처해 오고 있다”면서 “수많은 수학 문제의 풀이를 암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숫자를 하나만 바꿔도 제대로 된 풀이를 하지 못하면 정답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교사가 활용하는 특정 문제지 등을 구매해 단순 암기한다는 주장은 수학 교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오해다”고 말했다./최권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