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곳곳에 위치한 육교들이 관할 자치구의 관리 허술로 파손된 채 방치되면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육교 곳곳이 녹이 슬거나 부서진데다, 심지어 미끄럼 방지를 위한 발판 대부분이 벗겨지고 깨져있는 등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오후 서구 농성동 광주신세계백화점 인근의 한 육교.

한 눈에 봐도 특별한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육교에 들어서자마자 계단 틈새 사이로 녹이 슬어 부식이 심한 상태였고, 페인트는 도색한 지 수년이 지나 보였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발판 역시 보수작업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최소 10㎝에서 최대 1m 정도가 벗겨져 있어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특히 겨울철에는 눈과 비로 인해 빙판길 등의 위험요소가 많은 만큼 낙상사고도 우려된다.

같은 날 서구청에서 쌍촌역 사이에 있는 육교 2곳 또한 노후화돼 곳곳이 파손되거나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등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민 A씨는 “병원에 가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근처에 있는 육교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며 “몇 년 동안 육교통행을 해오고 있지만, 육교를 보수할 법도 한데 전혀 변화가 없다. 왜 계속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주민 B씨도 “도로와 인도 개보수 공사는 매년 지속적으로 하는데 육교는 왜 신경을 안쓰냐”며 “신세계백화점 주변은 평소 통행자가 많고, 광주의 중심가인데 관리를 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구는 예산이 부족한 탓이라고 반박했다. 육교 정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이 3천만원에 불과해 서구지역에 있는 육교 전체를 유지·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산 문제가 있다 보니 순차적으로 정비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도색 작업을 한 집봉육교(월드컵경기장 방면)에만 5천만원이 소요됐다. 가격이 저렴하면 여러 곳을 같이 할 수 있지만 도색 작업비만 해도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국적으로 보행자 우선의 교통체계 개선을 위해 육교를 철거하고 있는 추세다. 유지관리 보수비만 해도 워낙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데다 과거 차량 중심의 도로환경이 보행자 중심으로 바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교 철거비 또한 수천만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탓에 지자체 입장에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육교 개선사업을 위한 정부 교부금 확보 등 자치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구의 경우 지난 2018년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억원을 행정안전부로부터 확보해 북구지역 육교 18개소 중 13개소 강판보강 및 재도장 작업을 시행했고, 경기도 광주시는 도시경관개선 및 보행자가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도록 관내 보도육교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열악한 자치구 살림살이를 감안해 광주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자치구 한 관계자는 “시비 없이 구비로만 육교 유지관리를 하는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시 예산을 조금이나마 지원받을 수 있다면 노후화된 육교 몇 곳을 더 정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설치된 육교는 총 71개소(동구 5개소, 서구 16개소, 남구 9개소, 북구 18개소, 광산구 22개소)다./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