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화창했던 지난 주말, 느닷없이 현직 여성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의 얼굴을 합성한 여성 나체사진과 함께 원색적인 문구의 현수막이 광주 서구 풍암동에 내걸렸다. 눈뜨고는 차마 못 볼 그야말로 당황스러운 현수막에 애꿎은 시민들만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결국 한 시민의 민원으로 현수막은 급히 철거됐다.

해당 현수막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인 A(41)씨가 내건 것으로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정 경쟁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판단, 서면으로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봐야 할까.

실제로 시 선관위는 예비후보 등록 당시 형식만 갖추면 실질적인 점검은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선거법에 따라 선관위에서 현수막 내용을 사전에 검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은 없기 때문이란다. 결국 문제 발생시 땜질식 해결에 그치는 형편인 것이다.

현재 선거법 개정안이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유권자와 후보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선거 홍보물 등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또한 작금의 사태와 관련해 시 선관위의 내부 소통 부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취재과정에서 현수막에 대해 묻자, 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전까지 현수막은 그대로 둬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기 때문. 이 관계자는 앞서 주말에 현수막이 철거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지역 내 신뢰받는 선거문화 구축의 주체기관임에도 내부적으로 각 부서 및 구 선관위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방증한 셈이다.

선거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주권 실현’의 과정이다. 공정한 룰에 따라 후보자가 경쟁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선거환경도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 후보자의 선거 운동에 대한 날선 모니터링과 ‘제2의 현수막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대책을 마련하는 등 선관위의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권자가 온전히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더 이상 민망한(?) 해프닝이 없길 바란다. 특히 민주주의의 들불 역할을 했던 광주지역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