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경리단길로 불리는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일명 동리단길) 일대에서 불법 주정차와 역주행 차량들이 극성을 부리면서 보행자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보행자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진행으로 애꿎은 시민과 인근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오후 동명동 카페거리 일대. 점심시간을 맞아 인근 식당가를 찾거나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모든 골목에 인도가 없어 위험스럽게 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도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보행중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차량 때문에 화들짝 놀라 서둘러 갓길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일방로 지정 도로에서는 역주행을 하는 차량에다 불법 주정차된 차량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정체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서 동구는 불법 주정차로 차량교행이 힘들다는 민원에 따라 광주아이플렉스(I-PLEX) 앞 도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외곽주차장 인접도로 등 2곳을 일방통행로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이 구간은 서석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시속 30㎞ 이하로 속도가 제한돼야 맞지만, 스쿨존을 상징하는 옐로우 카펫과 과속방지턱이 없어서인지 과속 차량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즐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명동 일대에 대한 민원이 들끓고 있다.

주민 A씨는 “조선대에서 서석초교 쪽으로 내려오는 일방통행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과 역주행 차량들이 엉켜 주말 점심때면 이 일대가 마비가 된다”면서 “일방로라는 표시가 바닥에만 있어 눈에 띄지도 않는 데다 인근에 주차장이 있음에도 무분별한 차량 운행으로 동명동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동구는 도로 바닥과 표지판에 표기돼 있지만, 추가로 현수막을 설치해 일방로 표시가 보이게끔 조치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20억원 규모의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다소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8년 동구는 행정안전부 주관 ‘2019년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동명동 일대 보행자 보호를 위한 개선사업에 나섰다.

현재 각계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설계 용역에 착수했지만 구도심 특성상 비좁은 도로에 인도 조성 가능성, 소방도로 확보, 교통 소통 영향 등 다방면의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설계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명동 일대는 한전과 연계한 전선 지중화 사업, 광주시에서 추진 중인 문화마을 조성사업까지 동시에 맞물려 있어 오는 3월께나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때문에 동구측은 현재 상황에서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만 내놓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야간과 주말에는 물리적인 주정차단속이 어려워 일방로를 지정해 운영하게 됐고, 최근엔 단속 카메라도 설치했다”며 “보행자 편의와 안전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