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왜 인권도시인가?”

광주시민은 역사적으로 불공평·불합리한 권력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인권·평화를 끝없이 외쳐왔다. 19세기 말 동학농민운동을 통해 ‘평등’을, 20세기 초 광주학생독립운동을 통해서는 일제의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현대에 들어서는 군부독재에 유린당한 정치적·사회·경제적 자유권을 위해 민주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광주는 이처럼 꾸준히 한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 평화 신장에 선봉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체 정신은 ‘광주정신’으로 대변되며 미래 사회 발전의 철학적 기반이 되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진정한 인권행정을 실현시키기 위해 화합을 밑바탕으로 포용력있는 정의로운 공동체 정신 계승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는 2012년 5월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도시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인권의 가치를 규정한 ‘광주인권헌장’을 공표했다.

광주인권헌장은 모든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권리와 의무를 담기 위해 문화예술계, 학계, 종교계, NGO단체, 법조계, 노동계, 경제계, 언론계, 인권전문가, 인권활동가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헌장 제정위원회와 기초위원회가 중심이 돼 초안을 마련했다.

이윽고 인권도시의 첫발을 내딛는 광주인권헌장은 총 518자로 이뤄진 ‘전문’과 5장 18개 조항의 ‘본문’, 실천의지를 담은 ‘헌장 이행’ 등의 체계를 갖췄다.

또한 광주인권헌장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도구로 인권 수준을 측정하고 광주공동체의 인권 수준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지방도시로는 세계 최초로 인권지표도 함께 마련했다.

인권지표는 인종·성별·연령·장애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성’,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에 입각한 자유·평등·연대의 원칙을 실현하는 ‘지역성’, 인권정책 수립 및 실제 측정가능한 항목 등 ‘활용성’을 구성 원리로 삼았다.

광주와 인권이 뗄레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5·18민주화운동 속에 담긴 시민들의 희생·저항·정의·자율과 자치·공동체 정신, 즉 ‘광주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잔혹한 국가 폭력 앞에서도 불의에 항거했던 광주시민의 정의로움과 공동체 정신은 세계 속에서도 추앙받는 민주주의의 등불이 됐다.

광주시는 이같은 광주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먼저 핵심 가치인 나눔과 공동체 정신을 자원봉사와 국제활동으로 확대시켰다.

이와 함께 지역 민주주의를 심화시켜 나가기 위해 시민주권시대에 걸맞은 직접민주주의 확대에 나섰다. 이는 광주형 협치모델로 시민권익위원회를 출범해 시민의 불편사항과 정책제안을 민관의 수평적 협치로 해법을 찾아가는데 주안점을 뒀다.

또한 인권도시 광주의 출발이자 역사적 자산인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미래세대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진행되는 5·18진상조사가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옛 전남도청 복원,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조성되는 ‘민주인권파크’ 조성 등 역사를 보존·활용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40주기를 맞는 5·18민주화운동의 교훈과 가치가 세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국내외를 망라한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