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무고한 광주 시민을 무참히 학살한 ‘오월의 진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5·18진상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는 과거 4차례 이뤄져 왔지만 핵심적 사실들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마리를 풀어낼 열쇠가 등장했다. 바로 계엄군 발포 명령자, 행방불명자, 군 편의대 등 당시 전두환과 연관된 중요한 단서들을 증명하고 밝혀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다. 사실상 마지막 찾아온 진상규명의 기회인만큼 지난 40년간 묻혀있던 5·18의 진실이 조사위 활동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될지 그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1980년 당시 광주 동구 금남로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분수대를 중심으로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 ‘민족민주화대성회’를 열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1년4개월만에 5·18진상조사위 공식 출범

현재까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 정부차원의 조사는 총 4번 이뤄졌다. 1988년 국회청문회를 시작으로 1995년 검찰조사, 2007년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2018년 2월 종료된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의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조사다.

5·18은 이러한 조사과정을 통해 역사적 판단이 끝난 사건이지만, 국가 차원의 진상 보고서 발간은 번번히 좌절됐다. 발포 명령 체계와 행방불명자 소재 등 핵심이 미궁에 빠진 데다 정치적 논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헬기 사격 등의 진실은 조금이나마 확인되는 성과도 있었지만, 발포 명령자를 비롯한 암매장설 등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조사위원 선정 지연과 무자격 조사위원 추천 등 자유한국당의 방해로 1년4개월 가까이 조사위 출범이 지체돼 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 9명 전원 임명을 마치면서 조사위가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해 5·18 진상규명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는 위원회 구성을 마친 후 최대 3년 진상규명 활동을 수행하며, 위원회는 사무처 직원을 포함해 52명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사무처 구성을 위해 정부부처에서 파견되는 15명을 제외한 34명의 별정직 공무원이 신규 채용된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1980년 5월 항쟁 당시 계엄군이 최초 발포·집단 발포를 하게 된 경위 등을 파악하게 된다.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 범위는 발포 경위와 책임자, 진실 왜곡 및 조작 경위, 암매장지 소재 확인과 유해 발굴, 1980년 당시 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등이다.

피해자 증언이 잇따른 성범죄 등 진상규명이 필요한 그 밖에 사건도 조사대상이 되며, 진상규명 활동 완료 후 위원회가 작성할 보고서는 국가 차원 진상보고서가 된다.


◇계엄군 집단 발포 등 진상규명 과제 ‘수두룩’

무엇보다 이번 조사위 활동에서는 발포 명령자 또는 발포 책임자를 가장 먼저 밝혀내야 한다. 지난 39년간 책임자 처벌이 완전하지 못한 탓에 그들은 유가족들의 마음에 못을 박으며, 5·18망언과 가짜뉴스로 오월의 진실을 철저하게 왜곡하고 있어서다.

특히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께 옛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시민을 표적 삼아 행한 계엄군의 집단 발포는 5·18 최악의 학살이자 진상규명의 최대 난제로 손꼽힌다.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는 5·18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자위권 발동’을 주장했던 사실을 파악했지만, 그가 발포를 최종 명령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명령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위권발동 지시→최초 발포→도청 앞 집단 발포’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 속에서 누가 명령자인지 이제는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안신당 박지원·최경환·천정배·장병완 의원들의 노력으로 군 기밀 자료가 드러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당시 보안사가 생산한 사진첩과 문서가 일부 공개됐고, 공개되지 않은 자료라도 그 존재가 확인된 만큼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5월 단체는 전망하고 있다.

5·18 당시 행방이 묘연해진 사람들의 진상을 밝혀내는 것 또한 5·18 진상규명 과제 중 하나다. ‘행방불명자’ 242명 가운데 법적으로 행불자 지위가 인정된 사람은 82명이고, 6명은 지난 2001년 광주 망월동 5·18 옛 묘역의 무명열사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밝혀졌다. 나머지 76명의 행방은 말 그대로 흔적조차 사라졌다.

마침 5·18 암매장지로 꼽히던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여구가 지난달 발견됐다. 이번에 드러난 미확인 유골에서 머리에 구멍이 있거나 크기가 작은 두개골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5·18 당시 암매장된 행불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매장된 유골 위에 또 다른 유골이 묻혀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봉분과 얕은 곳에서 유골이 발견돼 마치 급하게 매장한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발굴된 유골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전남대 법의학교실이 보관하고 있는 5·18 행불자 가족 295명의 혈액과 대조, 5·18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게 된다.

조사위 역시 유전자 분석 결과 5·18과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를 계기로 목격자·관련자 증언과 시민 제보 등을 수집해 암매장설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5·18 실체적 진실 국민적 공감·동의 얻어내야

조사위에서 밝혀야 할 대목은 당시 사법부가 소홀히 했던 광주시민이 겪었던 피해(생명, 재산 손실 등)를 명확히 밝히고, 그 피해를 입혔던 가해자를 특정하는 일이다. 역사적 진실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진상보고서’ 작성이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980년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과거 진행됐던 5·18 진상규명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하게 분석해 ‘군 자료 조사’와 ‘군 관계자 조사’를 병행하는 투 트랙으로 전개해야 한다.

특히 ‘군 관계자 조사’는 군 자료에서 확인이 어려운 군 작전의 전개과정과 특정 사건에 연관된 부대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

또 1995년 검찰 조사과정에서 목격·피해자에 대한 조사는 민간영역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들 자료에 대한 색인조사를 통해 기초 현황을 파악한 이후 핵심관계자를 특정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조사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1980년 5월, 신군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을 감추기 색깔론을 펼치며,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이 가짜뉴스는 유튜브 제작의 명성과 지위, 친근감 등을 이용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북한군 침투설’, ‘광주교도소 습격설’ 등에 머무르던 왜곡이 현재는 ‘5·18 유공자 특혜설’로까지 확산돼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민중항쟁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지금의 세대들에게 잘못된 역사관과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때문에 청소년들에 올바른 5·18 역사를 교육하고, 그날의 진실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대응 방안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