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를 심하게 고는 회사원 A씨는 최근 회사생활이 싫어지고 기분이 우울하다. 출장을 갔던 회사 동료들이 A씨의 코골이에 잠을 못잤다며, 본인을 구박하고 무시하는 것만 같았다. 최근에 살이 찌면서 코골이는 더 심해져 회사에서 잠깐 졸 때도 코를 골고, 늘 피곤했다. 병원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것 같다며 정확한 검사를 권고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질환이다. 코골이는 잠잘 때 숨길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의미하며 수면무호흡은 코골이와 함께 발생하는 숨이 끊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코골이만 심해도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고 사회생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수면무호흡은 본인의 건강에까지 직접적인 안 좋은 영향을 끼치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산소 공급 부족 몸에 악 영향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이 건강에 다방면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숨길이 막힌 채 잠을 자게 되므로, 몸에 산소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수면을 취하게 된다. 쉽게 표현하자면 목을 조른 상태에서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하다.

수면무호흡 환자에게 잠은 잘 자냐고 물으면, 본인은 머리만 붙이면 잠에 들고, 낮에도 쉽게 골아 떨어질 정도로 잠은 잘 잔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 환자의 수면상태는 몸과 맘이 회복될 수 있는 양질의 수면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수면이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수면무호흡 환자들은 잠은 잘드는 편이지만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하며 낮에 졸리고,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호소를 한다.

소아에게도 수면무호흡은 발생한다. 소아들은 성인과 달리 잠을 잘 때 심하게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코를 골고, 입으로 숨을 쉬고, 이불에 오줌을 누는 경우도 잦다. 또 많은 아이들이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한 모습을 보이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을 치료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먼저 수면무호흡 환자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운전 중에도 졸아서 교통사고의 발생 위험도가 타인에 비해 10배 정도 증가한다. 또한 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도 정상인보다 7-10배 정도 높아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들도 있고, 혈당 조절도 잘 안 된다.

이 외에도 어르신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며, 치매가 빨리 오고, 아이들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라 불리는 ADHD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수면무호흡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작년 하반기(2018년 7월)부터 수면무호흡의 진단과 치료를 급여화했다.

양형채 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수면다원검사 등 정확한 진단 필요

수면무호흡의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두가지 정도의 검사를 진행한다. 첫번째 검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급여적용을 받게 된 수면다원검사이다. 이 검사는 하루저녁 검사실에서 잠을 자면서 여러 검사장비를 환자에게 부착해 잠을 자는 동안 수면무호흡이 얼마나 심하게 발생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이 결과를 기준으로 의사들이 수면무호흡의 여부를 진단하고, 치료를 시행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실제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어 수면무호흡이 일어나는지 다양한 치료방법의 결과를 직관적으로 알기 힘들다.

사람의 숨길에는 다양한 종류의 구조물이 존재하며, 사람에 따라 수면무호흡을 일으키는 부위도 다양하다. 다양한 원인부위에 따라, 또 숨길이 폐쇄되는 형태에 따라 수십 가지의 치료방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시행하는 것이 약물유발 수면내시경이다. 약물유발 수면내시경은 위내시경과 비슷한 검사로 약물을 이용해 환자가 코를 골면서 자게 만든 후 코로 진입이 되는 얇은 내시경을 이용해 숨길이 어디가 막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환자들이 코를 골고 자는 상태에서 다양한 치료방법을 적용시켜 해당 치료법이 환자에게 적합한지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환자 특성 맞춤 수술·치료 병행

수면무호흡에 대한 치료는 크게 세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먼저 양압기라 불리는 인공호흡기와 비슷하게 생긴 장치를 수면시 착용하는 방법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여적용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장치로 양압기는 압력을 기도에 불어넣어서 막힌 기도를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 잘 적응하기만 하면 대다수의 환자에게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틀니와 비슷하게 생긴 ‘구강내기도확장기’라 불리는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수면시 구강 내 장치를 착용하면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기도를 넓혀준다. 하지만 10명에 3-4명 정도 환자만 이 장치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다양한 형태의 수술 및 시술기법이다. 숨을 들이쉬는 코를 비롯해 목젖, 인두, 혀뿌리, 턱, 후두덮개 등 숨길과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원인부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숨길이 막히는 형태에 따른 적절한 수술방법을 선택해야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면무호흡은 치료해도 재발한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기존 획일적인 치료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수면무호흡의 진단과 치료법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검사들과 치료방법을 이용하여 각 개인에 특성화한 맞춤치료를 시행한다면, 건강한 수면을 통한 윤택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정리=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