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서른 아홉 번 째 괘는 수산건(水山蹇)이다. ‘건’(蹇)자는‘찰 한’(寒)자에서 ‘어름 빙’을 빼고 ‘발 족’(足)자를 넣었으니 ‘발이 얼어서 수축돼 걷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가는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괘상으로 보면 외괘의 감수는 함험(陷險)이고 내괘의 간은 산(山)으로 멈추고 정지된 상이니 나아가는데 함정이 있어서 정체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산 위에 물이 눈, 얼음이 돼 산 위를 걷다가 미끄러져 발을 다쳐 움직이지 못한다고 취상할 수 있다. ‘어렵다’는 의미의 괘로 수뢰둔(水雷屯)은 양수(養水) 속에 장자(長子)가 자라나고 있는 상으로 나가서 어려움을 탈출하려는 어려움이지만 수산건(水山蹇)의 어려움은 멈춰서 어려움을 견디고 피하려고 하는 어려움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즉 둔(屯)은 때가 아직 성숙되지 않아서 기력이 부족한 초매(初昧)의 어려움인 반면 건(蹇)은 힘이 부족해 스스로 나가지 못하는 파행(跛行)의 어려움이다. 전자는 때의 어려움이고 후자는 힘의 어려움으로 감험(坎險)의 시기인 것이다. 둔과 건의 관계는 내괘를 뒤짚어 업어 전도(顚倒)하면 건이 둔이 되고 둔이 건이 된다. 그러니까 둔은 때가 아닐 때 나아가려 하면 둔난(屯難)의 고통이 있고 건은 힘이 부족한데 나아가려 하면 건감(蹇坎)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니 모두 나가지 말고 멈춰서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괘순(卦順)을 살펴보면 가인(家人)을 거꾸러 뒤짚어 엎어 전도(顚倒)하면 규(睽)가 되고 규의 음양(陰陽)을 바꾸는 착괘(錯卦)가 바로 건(蹇)이다. 역경 64괘의 순서는 종괘(綜卦, 賓卦 顚倒卦)와 착괘(錯卦, 裏卦, 配合卦, 飛伏旁通卦)의 조합으로 연결돼 있고 중괘(重卦 乾, 坤, 坎, 離)와 종괘가 같은 괘(頤 大過, 中孚, 小過)인 여덟 괘는 착괘를 조합해서 만들었으며 그 나머지는 종괘의 조합이다. 그 중 건곤, 감리의 태비(泰否)와 기제 미제는 종괘이면서 착괘로 돼 있다. 서괘전에서 건괘를 규괘 다음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규는 어긋나는 것이다. 어긋나는 것은 어려운 것이니 고로 건으로 받았다. 건은 어려움’이라고 해 ‘규자괴야 괴필유난 고 수지이건’(睽者乖也 乖必有難 故 受之以蹇)이라 말했다.

건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하괘 간괘는 강력한 구삼이 아래 두 음(陰)의 진출을 막아 저지해 두 음이 억눌러서 답답하고 상괘 감괘는 오랜 투쟁에 지쳐 힘을 잃고 축 늘어져 있음으로 하층부의 답답함을 풀어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침체돼 ‘절뚝거린다’는 의미에서 ‘건괘’(蹇卦)라 했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문전(門前)에 함정이 있는 문전유정지상(門前有穽之象)이고 음양을 전도해보면 밝음을 숨기고 어두운 상을 취하고 있는 배명향암지과(背明向暗之課)이며 산 위에서 진눈깨비를 만나 어려운 것이 마치 찬 겨울의 매미가 쓸쓸한 바람을 맞고 있는 한탄비풍지상(寒 悲風之象)이고 날아가는 기러기가 갈대를 머금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비안함노지의(飛雁啣蘆之意)의 모습이다.

건괘(蹇卦)의 괘사는 ‘건 이서남 불리동북 이견대인 정길’(蹇 利西南 不利東北 利見大人 貞吉)이다. 즉 ‘건괘는 서남쪽이 이롭고 동북쪽은 불리하다.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고 바르게 지키는 것이 길하다’는 의미다. 건괘(蹇卦)의 괘사(卦辭)에서는 괘의 덕(德)을 표현하지 않고 괘의 용(用)을 설명하고 있다. 서남은 곤(坤)의 평지 비옥함을, 동북은 간(艮)의 거칠고 험난함을 곤괘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건괘에서는 서남은 이태(離兌)로서 음(陰)의 물러섬을, 동북은 진간(震艮)으로 양(陽)의 나아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절음발이 건(蹇)은 다리에 문제가 있어 나아감에 문제가 있으니 동북 진간은 이롭지 않다는 것이니 나를 도와줄 대인은 만나야 이롭고 참고 견뎌야 한다. 상괘의 감수는 함정, 고통, 병이고 하괘의 간산은 허리, 다리로 허리와 다리에 고통, 병이 있어 나아가는데 힘이 약하기 때문에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고 호괘에 화수미제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 상이니 큰 덕을 갖춘 대인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단전에서도 험전간지(險前艮止) 즉 외괘 감수의 함험(陷險)이 앞에 펼쳐져 있고 내괘 간산이 멈춰 있어 나아갈 수가 없다는 관점을 ‘건은 어려움이다. 험이 앞에 있어 능히 멈추는 것을 보고 알게 되니라’고 해서 ‘건난야 험재전야 견험이능지 지의재’(蹇難也 險在前也 見險而能止 知矣哉)라 말했다. 이어서 ‘건은 서남이 이로운 것은 나아가 중을 얻기 때문이고 동북이 불리한 것은 도가 궁하기 때문이니 대인을 보면 이롭고 나아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공이 있으니 마땅히 위치를 바르게 참아야 길하다. 이로써 나라도 그러하고 건은 때가 맞아야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건이서남 왕득중야 불이동북 기도궁야 이견대인 왕유공야 당위정길 이정방야 건지시용대의재’(蹇利西南 往得中也 不利東北 其道窮也 利見大人 往有功也 當位貞吉 以正邦也 蹇之時用大矣哉)라 했다.

상전에서는 산이 아래에 있고 물이 산 위에 있으니 그 물은 계곡의 물처럼 흘러갈 수가 없고 바위나 나무에 방해당해 나아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물이 나아가기가 어려운 것은 방해를 받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니 먼저 자기 몸을 반성해서 힘을 기르는 것이 건난(蹇難)을 극복하는 요체라고 해서 ‘산하유수건 군자이반신수덕’(山下有水蹇 君子以反身修德)이라 했다. 그래서 건괘(蹇卦)의 때에는 신고간난(辛苦艱難)이 많은 때이고 그 고난이 한 번에 다스려지지 않고 반복되는 상이 있다. 그것은 2,3,4효에 감(坎)이 있고 다시 외괘에 감이 앞에 놓여 있으므로 한번 어려움이 가더라도 또 다시 어려움 즉 병, 도둑, 사기, 수해(水害) 등을 만나는 것이다.

수산건의 음양(陰陽)을 전도한 배합괘를 보면 화택규가 돼 건(蹇)의 어려움은 내부의 분란과 대립이 숨겨져 있는데서 나오니 먼저 내부를 먼저 정리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고 밖을 향하는 마음은 그 다음의 일로 현재는 절대 불가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건괘(蹇卦)는 간산 문 앞에 함정의 물이 있는 상이니 ‘문 앞에서 물에 빠지는 상이다’ 그러니까 밖으로 나가면 물에 빠지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계획이나 희망 등을 통달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언제 성취의 시기가 오는가. 5효의 시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5효의 때가 되면 외괘는 감변곤(坎變坤)해 지산겸(地山謙)이 되고 밖의 어려움이 해소돼 적극적으로 나아가 진취하면 괘는 지뢰복이 돼 장래 발전의 희망이 있다. 따라서 5효의 때까지는 사업, 거래 등은 손실이 있다. 그러하니 나아가지 말고 은인자중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물품은 팔리지 않고 재고(在庫)가 쌓이며 자재는 흩어지는 일이 많고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교섭하는 일은 보류해야 하고 소송은 불가하며 강한 의지로 밀어 붙이면 간계(奸計)에 빠진다. 운기 역시 재액(災厄)을 조심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하고 지망 등 원하는 바는 통달이 안 된다. 여행이나 신축(新築)하는 일은 보류하는 것이 무난하다. 물가(物價)는 움직이기 어려워 막혀 있다. 혼담은 잘 진행되지 않고 다른 인연을 기다려야 한다. 잉태는 곤포괘(坤包卦)로 여아를 임신했으나 장애나 고통이 많고 산기(産期)가 늦어진다. 기다리는 것은 소식을 얻기 어렵고 상대방은 해약(解約)하고 싶어 하고 해약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출인은 나가서 괴로워하고 있고 행적을 찾기 힘들다. 분실물은 곤(坤) 안에 이(離)를 포함하고 있어 땅 속에 묻어뒀거나 창고 안이나 보따리 안에 있어 보이지 않아 쉽게 찾기는 어렵다. 병은 곤 가운데 이화(離火)가 있어 소화기 계통 질환, 그로 인한 발열, 간(艮)의 나가는 어려움이 있고 문 앞에 함정이 기다리는 상으로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류마티스, 신경통 등으로 급히 나쁘게 되지는 않지만 길게 고통을 받고 치유가 잘 되지 않는다. 간(艮)의 함정(陷穽)으로 걷는데 어려움이 있고 주거의 고민이 있는 때로 고뇌하면서도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견디고 있는 시기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온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