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고의 프리마돈나다운 무대였다. 평소 클래식과 성악공연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도 숨죽여 무대를 바라보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전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2시간20분여간 펼쳐진 무대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무리됐다.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광주를 아름다운 목소리의 향연으로 물들였다. 조수미의 광주 공연은 4년 만이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지난 10일 오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마더 디어’(Mother Dear) 공연을 마련했다. 이 공연은 지난 5월 신보 ‘마더’(Mother)를 발표한 이후 ‘마더 디어’(Mother Dear)란 제목으로 이뤄졌으며, 지난 8일 안성에서 시작해 10일 광주, 12일 진주, 15일 의정부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전국투어 공연은 일찌감치 사전매진을 기록하는 등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는 조수미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관객으로 가득 메워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객석.

공연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문화예술회관 일대는 이 무대를 보러 온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주차장에서부터 대극장 로비가 붐볐으며, 공연이 시작한 후에는 1천600여석 문예회관 대극장이 관객으로 가득 메워졌다.

‘마더 디어’라는 테마답게, 이날 무대에는 대부분 ‘어머니’를 주제로 한 곡들을 많이 선보였다. 공연장에는 모녀 관객들이 다수 찾아 관람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무대는 조수미 이외에도 테너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윤영석, 해금 협주에는 나리 등이 출연했다.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지휘봉은 최영선 지휘자가 잡았다.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어미 거위’ 모음곡 중 5번 ‘요정의 정원’으로 잔잔하게 서두를 열며 공연은 시작됐다.

붉은 색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조수미가 등장하자 객석은 박수갈채와 환호성으로 그를 맞았다. 첫 곡은 역시 ‘마더 디어’. 폴란드 민요인 이 곡으로 포문을 열었으며, 조수미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던 곡인 ‘집시의 노래’ 중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 이어 플루트와 소프라노의 음성이 서로 자유롭게 주고받는 지점이 백미인 오페라 ‘투우사’ 중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를 연달아 선사했다. 특히 이 곡은 모차르트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 멜로디로 발전시켜나가는 게 압권으로, 관객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냈다.

공연 중간에는 오랜 시간 조수미와 함께 무대에서 호흡해 온 테너 윤영석이 등장해 관객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며 로만짜의 ‘마마’, 라디의 ‘엄마’를 부르는가하면, 조수미와 오페라 아리아를 협연하며 주목을 끌었다.

인터미션 후 시작된 2부에서는 대중에게 더욱 잘 알려진 곡들이 무대에서 울려퍼졌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 OST로 사랑을 받은 ‘바람이 머무는 날’(Kazabue), 대중가요 ‘가시나무’, 뮤지컬 ‘맘마 미아’ 중 ‘맘마 미아’ 등을 들려주며 노련한 무대매너로 공연 전체를 드라마틱하게 채웠다.

공연 내내 소프라노 조수미의 화려한 의상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양, 검정, 핑크 드레스부터 한복까지 눈이 부신 색채의 의상들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본 무대는 마무리되고 색동 한복을 입고 나온 조수미가 앙코르곡으로 ‘꽃구름 속에’, ‘엄마야 누나야’,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들려주며 이날 공연은 마무리됐다.

딸과 함께 이날 공연을 찾았다는 김정미(58·주부)씨는 “공연 내내 ‘역시 조수미’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최고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서 정말 감동적이고 소름이 돋는다”며 “딸과 함께 온 공연장에서 ‘엄마’를 주제로 한 여러 노래를 들으니 어머니 생각도 나고 뭉클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