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란 남녀간의 성 풍속 장면을 여과 없이 담아낸 그림이다. 화폭에 펼쳐낸 이미지들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직접적이고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당대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소재로서 작용했다. 현대의 작가가 풀어낸 ‘춘화’는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 춘화를 만나보는 전시가 마련된다.

임남진 작가는 오는 18일까지 광주 동구 장동 예술공간 집에서 여덟 번째 개인전으로 ‘애연(?然)_운우지정(雲雨之情)’전을 갖는다.

‘춘화’는 작가가 2013년 서울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열린 ‘옛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춘화’전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리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올해 선보이게 됐다.

전시제목인 ‘애연(?然)_운우지정(雲雨之情)’은 남녀간의 사랑이되 어렴풋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형상화함을 의미한다. 육체적 사랑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에 주목하며 작가만의 다른 시선을 제시한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임남진 작가는 지난해 전시에도 기존 해왔던 작품을 탈피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용기가 발현된 개인전을 진행했었다. 시간이 흐르며 세상과 마주하는 시선, 감정들이 달라짐에 스스로의 작품에도 과감히 용기를 내어 변화를 추구했었다. 단지 작품의 그림의 소재가 변한 것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변화하는 마음들이 그림 안으로 스며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그간 품었던 사유의 실타래를 풀어놓았다. 그간 많은 사람들과 교우하면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불가 용어를 떠올렸다.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돼야 일어난다는 뜻으로, 세상에 태어나 반복되는 시절(時節)과 인연(因緣), 한 인생에 머물다가는 수많은 사람들, 소중한 인연들을 보지 못하고 뒤늦게 발견하거나, 친하게 교우한 지인들과 멀어진다는 의미다. 그 모두 시절인연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것임을 새삼 되새기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관점으로 춘화를 재해석했다. 외적 형상으로 본 춘화가 아닌 마음을 담아낸 춘화인 것이다.

임남진 작가는 “사람도, 사랑도, 젊음과 아름다움도 오래 머물러주는 것이 아니며, 변하는 것이 이치”라며 “봄(春)을 지나온 마음의 형상을 춘화형식을 빌어 ‘몸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이치’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시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