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광고가 ‘위안부 모독’이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광주의 한 대학생이 근로정신대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패러디 영상을 공개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전남대 사학과 4학년 윤동현(24)씨는 ‘유니클로 광고 패러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업로드했다.

유니클로의 한국어판 광고 자막이 위안부를 모독했다는 논란 속에 양 할머니가 직접 영상에 출연해 패러디 영상을 통해 유니클로와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윤씨가 제작한 20초짜리 유투브 영상은 문제의 광고와 비슷한 콘셉트로 촬영됐다. 이 영상에서 양 할머니는 일본어로 ‘잊혀지지 않는다’ 팻말을 들고 등장했으며, 한국어판 영상 자막에는 ‘유니클로 후리스 25주년’ 대신 ‘해방 74주년’이 쓰여있다.

영상에서 윤씨의 “제 나이 때는 얼마나 힘드셨냐”는 질문에 양 할머니는 “그 끔찍한 고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라고 답했다. 양 할머니는 또 “난 상기시켜주는 걸 좋아한다”며 “누구처럼 쉽게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니클로 광고에는 90대 할머니가 10대 여성으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실제 영어 대화와 함께 제공된 한글 자막은 할머니의 대답을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의역했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굳이 일제 강점기인 80년 전을 언급하며 기억 못 한다고 하는 등 실제 대사와 달리 번역한 것은 우리나라의 위안부 관련 문제 제기를 의도적으로 조롱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유니클로 측은 “전 세계인들과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후리스라는 주제로 제작됐을 뿐, 정치적·종교적·신념 및 단체와는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해명했다.

윤씨의 영상물은 일본어판, 영어판도 함께 제작돼 게시됐으며 현재(오후 6시) 기준으로 게재 하루만에 조회수 4만여회를 웃돌고 있다.

답글에는 ‘다른 사람들도 더 리메이크 했으면 좋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할머니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일본제품들 무분별하게 판매되지 않았으면…’ 등의 내용으로 반응도 뜨겁다.

출처를 명확히 밝혀 양 할머니와 윤씨의 영상을 더 널리 퍼뜨리자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윤씨는 “논란이 된 유니클로 광고 영상을 패러디해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제작하게 됐다. 할머니께서 흔쾌히 승낙해주시면서 자택 인근에서 촬영했다”면서 “패러디 제작 의도는 풍자나 갈등 조장이 아니라 ‘역지사지’를 통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씨가 활동하고 있는 역사 콘텐츠 제작팀인 ‘광희’의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패러디 영상을 제작한 윤씨는 욱일기와 나치기가 같은 것이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광희(광주의 희망) 활동을 통해 역사 알리기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윤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역사시민활동가로서 활동할 계획이다.

광희는 일본의 경제보복 시기였던 지난 7월초 일본 현장 탐방을 통해 ▲기차역 앞에서 일본인들에 근로정신대 관심 호소 ▲재일동포 할머니들에 재능봉사 ▲징용공 실상을 볼 수 있는 갱도와 관련한 기념관 방문 모습 등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이 다큐멘터리 시사회는 오는 25일 오후 7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다./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