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사회와 시대가 어려울 때마다 참여와 단결의 힘으로 나침반 역할을 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독재자에 맞서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 갖은 미사여구로 치장한 정권과 정책의 정당성이 없음을 드러냈고, 또한 그것을 지키기 위해 도피하지 않고 헌신하며 역사를 살아가는 시민의 자세를 보여줬다. 오늘날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라는 이름은 목숨으로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그날을 살았던 광주시민의 유산이다. 또한 참여와 단결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광주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세계 곳곳이 경제가 어렵다고 야단이며,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법석이다. 우리지역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지방정부는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의 간절함에도 기업은 국내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 한 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IMF 이후 국내에서 이러저러한 일자리 300만개가 사라졌다고 한다. 기업만 바라볼 수도 없다. 정부의 결정만을 바라보기엔 현실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 노사정은 노사상생을 통한 ‘광주형일자리’라는 우수한 모델을 만들었다. 이것은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신을 혁신하고 살만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는 지역혁신운동이기도 하다. 일자리가 생긴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해야하고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과정에서 행복해야 한다. 다시 이과정은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이어야 한다. 지역의 경쟁력이 문화가 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역에 사람이 없고 돈이 없다고 말한다. 힘 있는 권력의 결단만을 기대한다. 정책의 결정을 통해 숨통이 트일 기회만을 고대한다. 하지만 요구하고 들어주는 민원처리방식의 문제해결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요구하는 사람은 아쉽고 들어주는 사람은 ‘또? 그 정도면 되지 않았냐!’라고 말한다. 결국 수없이 많은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그렇게 사라져간다. 수혜와 시혜 사이의 갈등만을 남기고 만다. 결국 지역의 당사자가 문제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결론과 미래의 과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광주은행은 지역경제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역곳곳에 자리하며 누구보다 지역의 사정과 지역 내 기업의 사정에 정통한다. 돈만 들인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광주은행은 예대마진 등 수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특화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해 왔다. 이 과정에서 광주은행과 직원들의 노력이 크다. 지역사회는 광주은행 140여개 지점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지역밀착이 되도록 요구해야한다. 은행의 지속성장을 통해 더 많은 지역의 인재들이 채용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채 수익성만을 추구할 때 분노하고 공공성을 요구한다. 시금고와 도금고는 지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자금이다. 지역의 은행이 지역민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낼 것인가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지역의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민이, 지역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지역의 공공자금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한 혁신에 사용돼야 한다. 순이익대비 10%인 167억(2018년 기준)이 많은가 적은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과 혁신의 시대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광주은행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물어보아야할 시점이다. 지금 은행의 전문성, 경제의 혈액기능과 컨설팅기능이 지역경제 혁신을 위한 주체이자 조력자로서 다시 자리매김돼야 한다. 광주은행이 광주‘은행’이 아니라 ‘광주’은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점이 ‘광주’에 찍히는 지역의 함께 호흡하는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