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속 투쟁의 현장이나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에 전하는 목소리 등 그동안 너무나도 강하고 뾰족한 시들을 많이 썼습니다. 시인으로서 늘 거친 언어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어요. 이번엔 그런 색깔을 잠시 벗고 말랑말랑한 시어들로 가득한 시집을 펴냈습니다.”

최근 여덟 번째 시집인 ‘할머니 등에 업혀’를 펴낸 조현옥(54·사진) 시인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시집은 조 시인에게는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사회문제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첨예한 시어로 풀어냈던 것과는 달리, 아이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조 시인을 둘러싼 행복한 일상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이 시집 표지에 ‘육아시집’이라고 명시돼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해 손자가 태어났어요. 손자를 키우면서 지낸 일상의 모습,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았습니다. 또한 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어요. 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써낸 것이죠.”

사실 조 시인은 충청도 출신의 여성 시인으로서 광주 문단에서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다. 쉽게 말해 ‘목숨 걸고 시를 통해 할 말을 다 하는 시인’이다. 사회를 꼬집는 내용의 작가회의 출품 시가 불온적이라는 이유로 안기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기도 하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시집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속하기도 했다.

“문학 활동을 하는 내내 가슴 아프고 눈물 나는 시들만 쓰다 보니, 출간을 앞두고는 늘 마음이 불편하고 긴장했던 것 같아요. 이번 시집은 그런 불편함 없이, 시를 써가는 내내 행복하고 뿌듯했습니다. 독자들에게도 이런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길 바랍니다.”

한편, 조 시인은 1965년 충북 옥천 출생으로, ‘그대를 위한 촛불이 되어’, ‘무등산 가는 길’ 등의 시집을 냈다. 세월호에 희생된 아이들에게 바치는 시집 ‘4월의 비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조선 소녀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일본군 위안부의 눈물’을 출간했다. 이후 ‘오월 어머니의 눈물’, ‘행복은 내 가슴속에’에 이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홍매화 피는 언덕’을 발표했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