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전두환’을 호명한다. 일본 쪽에서 나온 자료에 기대어 ‘시론’을 통해 ‘저 사람’을 공박한 것만 해도 두 차례가 되므로 ‘다시’, ‘또’란 부사를 연이어 사용했다.

아직 못다 길어 올린 ‘5월의 진실’은 도대체 어디에?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사람한테 있는가 기록한테 있는가. 나는 사람 쪽으로 간다. 그 주된 저장소가 전두환 씨란 것이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그 사람이 어디엔가 감금해둔 기록 가운데 ‘특급 진실’이 분명 존재할 거란 생각이다. 그 이유를 대라면, 5·18 당시 대한민국의 권력이 그 사람 한 사람한테 집중돼 있었다는 건 일반상식에 속하는 일이고, 자기는 아니라고 아득바득 우기지만 군 기록 등을 들여다보면 그가 사실상의 ‘5·18 총사령관’으로 등장한다는 게 다각도로 입증되고 있는 때문이다. ‘마흔의 5·18’이 저만큼 오고 있는데 그 사람은 여태껏 제 안의 5·18에 주먹만 한 쇠(자물쇠)를 채워 놓고 장승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무슨 뿌리 깊은 나무라도 되는 것인 양 바람에 아니 밀리려는 기개(?)가 댕댕하기만 하다. 지난 3월11일, 광주 땅에서 그 기개는 증명되었다. ‘전두환 회고록’(2017년 4월 출간)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불려온 날, 어떤 기자의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물음에, 한다는 말이 “이거, 왜 이래”였고, 버럭 신경질까지 냈지 아니한가.

그 사람의 비밀주머니 속 5·18은 대관절 뭘까? 김대중이란 거물의 고향땅이라 할 수 있고, 지역주의를 잘만 흔들어 놓으면 정권을 따먹는 데 우량한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계산되는 광주, 전두환의 ‘광주 선택’이 사실이라면 그건 그 사람만의 머릿속에 입력돼 있을 것이다. 정보 수집 및 선전ㆍ선동이 주 용도라는 편의대의 투입량 및 그 활약상, ‘폭동’ 제조용으로 분석된 악성 유언비어의 실제 생산자 및 유포자, 전남도청 앞 집단 사격 명령자, 그 많은 행방불명자는 어디에, 시신을 암매장하고 소각하고 공중 수송까지 했다는 증언 및 기록 분석, 그 사람은 정녕 광주에 오지 않았을까 등에 대한 진실은 그가 ‘사죄성 입’을 열지 않는 한 영원히 닫혀 버리는 물목이 아닐까 싶다.

광주가 무너지고 두 달이 덜 된 1980년 7월20일, 일본에선 ‘한국 1980년 5월, 광주민중의 결기’란 책자(A용지 크기로 94쪽)가 80년 7월20일 나왔다. 일본의 국제연대계간정보지인 ‘세계에서’ 편집위원회와 日韓조사운동 단체가 공동 편집한 것이므로 믿음을 주는 자료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자는 62쪽에 ‘자료’란 문패를 달고 ‘전두환이 보도기관 대표들한테 한 광주사태의 설명’을 상자에 담아 놓고 있다. 설명 시점이 5월22일로 도청 앞 집단 사격 다음날이란 점, 놀라 자빠지거나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의 내용이 대부분이란 것 등만 보더라도 전두환 그 사람을 ‘5·18 총사령관’으로 명명하는 데 손색이 없다.

국군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 서리인 전두환은 5월22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 신문ㆍ방송사 대표들을 3시간 가량 주저앉혀 놓고 광주와 언론을 갖고 놀았던 것으로 일본 자료는 기록하고 있다. “공수부대 복장을 한 괴한이 트럭 10대에 분승하고 무등산을 올라가면서 ‘드디어 호남 사람들이 일어섰다. 경상도 군인들을 죽이기 위해 봉기했다’고 선동했다. 이러한 사람들이 해안가를 따라 북으로 넘어가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해군이 해상을 봉쇄 중이다”, “군은 시가전을 각오한 대작전을 준비 중이다. 2시간 내에 진압할 자신이 있다”, “폭도들이 탈취한 차량으로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합류할 것을 강요하고 반장들을 협박하고 있다. 시민들도 폭동의 정체를 알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자들을 쳐부수고 잡아가자’는 슬로건까지 등장했다. 김대중과 관련된 깡패조직 4개 파가 데모대에 합류해 활약 중이다” 등은 광주를 ‘폭동’으로, 북쪽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 소행으로 몰아가기 위한 언론공작이라고 5·18 연구자들은 분석한다.

당시 전두환의 겁박을 공부하면서(?) 오금을 저리지 않은 언론사 대표들이 있었을 것인가. “최근의 언론의 실태를 잘 알고 있다. 경영자가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 (광주)사태가 끝나더라도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내부적으로 노력해 주기 바라며 경영진에 맡기겠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가시가 박혀 있었다. 나중에 영금 안 보려면 알아서 기라는 주문 아닌가.

실제로 언론은 전두환이 던진 ‘설명’을 받아먹고 광주를 죽였다. ‘폭도’로 ‘폭동’으로 기사를 작성했고, 빨갱이로 매도했다. 그리고 그 ‘설명’은 지금도 유효다. 일부 세력들이 그의 ‘설명’에 기초해 변형된 5·18을 만들어내고 있음에서다. 깎아내리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차는지 구부러진 5·18, 얼토당토않은 5·18을 제작하고 있는 지금을 우리는 만나고 있다.

전두환 그 한 사람이 그 중한 진실을 제 속에 가두어 두고 있는데도 그 문을 따고 들어갈 쇠(열쇠)는 없다. ‘전두환과 5·18’ 같은 단행본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의 5·18 관련 행적은 여기저기, 조금씩 흩어져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