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앞에 차 세우셨죠?”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상대방의 목소리다. 모르는 전화번호에도 어떤 일인지 모르니 전화를 받는 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하는 것 중 하나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들려오는 ‘건물앞 주차’라는 말에 잠깐 혼란스러워졌다가 이내 ‘차는 지하주차장에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자 나의 대꾸도 퉁명스러워졌다. 그랬더니 전화를 끊어버린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래서 생각했다. ‘미안합니다. 전화번호를 잘 못 봤습니다’ 이 말 한마디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사과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했는데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옛 조상님들의 말씀도 힘을 잃는다. 하긴 요즘 세상에 말 한마디 잘 했다고 천 냥 빚을 갚아준다? 소가 웃을 일이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이후 하루가 머다 하고 듣기 민망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회 갈등이나 정파 대립이 첨예할수록 전반적으로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자극적인 표현이 동원 된다지만 너무 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촌철살인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품격이나 고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막말, 털끝만큼의 사과도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가벼운 처신들이 ‘몰염치, 후안무치의 시대’를 열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그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살고 정책을 만들어 온 우리나라의 고위관료요 여론형성층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자라는 국민들을 무엇으로 보고 어떤 수준으로 보기에 이렇게 안하무인일까 생각하다 보니 일부 인사들의 국민 무시발언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래서 이사람 들은 말하는 게 거침이 없구나.

“국민은 개·돼지와 같다”라고 말해 유명해진 교육부 고위직 공무원이 그 중 하나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지난해 8월13일자로 복직을 해서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으로 발령이 났다고 한다. 국민을 개나 돼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선생님들을 교육하는 기관에 나가 일을 하게 됐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한마디 사과나 반성도 없다.

또 하나는 지난해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이었다던 변호사의 발언으로 “대중이 다 똑똑한 줄 알지만 언제나 대중들은 중학교 3학년 수준의 두뇌”라는 이 발언은 보수세력이 이른바 친일파 프레임에 밀리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그래도 개·돼지가 아니라 중3이라 했으니 수준상승에 만족해야 할까? 아니면 국민을 나름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잘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중3 수준을 넘어서는 명석함으로 대중이 누군지 먼저 정리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지난 5월의 끝무렵에 ‘지만원과 뉴스타운의 손해배상금의 지급’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2016년 3월15일 지만원과 뉴스타운이 발행한 ‘뉴스타운 호외 1·2·3호’ 출판물 내용에 대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해 약 3년2개월 만에 손해배상 선고금액 및 이자 포함 총 1억 800만원의 배상금이 5월22일 최종 집행돼 이를 지급받았다는 것이다.(5·18기념재단 보도자료)

그러나 역시 사과 한마디 없음은 아쉽다. 이건 돈만 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말하는 사람이 누구든, 그게 몇 번이든 돈만 있으면 상대방이 어떤 처지에서 허우적 거리든 관계가 없는 것인가, 우리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이 그 굴곡 가득한 얼굴과 가증스러운 입놀림을 봐야할까.

아베와 일본의 돈 10억엔 보다, 미쓰비시의 1억원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진심어린 사과와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인 것처럼 지켜내야 할 사람들과 정신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지만원의 대국민 사과, 5·18관련 봉사활동을 주문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만원이 5·18묘역에서 묘비를 닦는 모습, 아베가 소녀상의 어깨를 감싸는 모습. 그걸 보게 된다면 월요일 출근길이 정말 가볍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