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스카이라인’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건가?
이정록
전남대교수, 前 대한지리학회장
전남대교수, 前 대한지리학회장
- 재생 준비중
2019. 06. 04(화) 18:26 가+가-
필자는 광주 제2순환도로, 특히 신가IC에서 서창IC 방향으로 운전할 때면 기분이 좋다. 근경(近景)과 원경(遠景)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광주의 스카이라인은 필자로 하여금 미국 어느 도시의 외곽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좌측 가까이는 상무공원, 상무지구 아파트, KBS광주방송총국, 5·18기념공원 등이 눈에 들어오고, 중간쯤에는 양동 KDB생명 빌딩이 보인다. 멀리 무등산 서석대와 장불재 능선 아래에 있는 조선대 하얀색 건물은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런데 요즘 광주 제2순환도로 같은 구간을 달리면 예전 느낌이 아니다.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고층 아파트들이 여기저기에서 불쑥 머리를 내밀고 있어 볼썽사납다. 유스퀘어 인근 48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구도심 재개발로 등장한 고층 아파트들은 광주 스카이라인을 크게 바꿔 놨다. 유·스퀘어 인근에 35층 ‘빌리브 트레비체’와 39층 ‘화정아이파크’가 완공되면 스카이라인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걱정이다.
대도시 스카이라인은 도심에서 가장 높고, 도심에서 주변으로 갈수록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심이 과밀해지면 주변에 몇 개 부심(副心)이 형성되고 도심보다는 낮지만 부심 스카이라인도 높아진다. 그리고 도시가 외연적으로 팽창하면 외곽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외곽의 스카이라인도 높아진다. 면적이 넓고 사방(四方)으로 시가지가 펼쳐진 도시의 경우 이런 스카이라인은 심미(審美)적 도시 경관을 만들어낸다. 반면에 도시 곳곳에 고층 건물들이 무질서하게 분포하면 스카이라인이 연출하는 경관의 심미성은 사라지고 만다. 최근 광주 스카이라인이 그렇게 변하는 중이다.
광주의 예전 스카이라인은 아주 괜찮았다. 특히 영산강 풍영정에서 바라보는 도심과 무등산 방향 스카이라인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었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조선대와 금남로에 늘어선 빌딩, 그 주변에 높이가 엇비슷한 아파트 단지 등이 원경∼중경∼근경의 단계적 스카이라인을 보여줘 광주를 그리고 싶다는 명망있는 화가들 그림의 단골 소재거리였다. 상무지구가 조성되고 이곳에 고층 빌딩들이 들어설 때만 해도 영산강 제방에서 바라보는 무등산 쪽 스카이라인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곳곳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가 스카이라인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카이라인 변형에 대한 우려는 지금부터다. 전국 1위 ‘아파트 도시’라는 숙명 때문이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광주 시민의 아파트 거주는 63.5%로 전국 1위였다. 2017년 통계청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광주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78%로 역시 전국 1위였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아파트 절반 정도가 2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에 속한다. 이들 아파트가 향후 축차적으로 재건축 재개발된다고 가정해 보라. 건설업자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아파트의 초고층화를 더욱 부추기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스카이라인은 볼품없게 변형되고 왜곡될 것이 뻔하다.
스카이라인을 왜곡시키는 초고층 아파트 건축업자를 탓할 생각은 없다. 건축과 부동산개발자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적 행위 아닌가. 구도심에서 행해지는 이런저런 유형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탓할 생각도 전혀 없다. 이들 사업은 도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계획에 입각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 광주시 도시 및 건축 정책을 비난할 생각은 더더욱 아니다. 건설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심미성을 잃어가는 광주의 스카이라인 왜곡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적의 대안은 시민들이 나서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민주 도시의 시민’을 자처하는 광주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경주하듯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가는 초고층 아파트들을 그저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는가. 시민 단체들도 스카이라인이 주변 경관과 부조화(不調和)를 이루는 작금의 상황을 이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목소리를 내고 적절한 대안을 광주시에 제시해야 한다. 게다가 자칭 ‘문화수도’를 지향한다는 광주가 ‘우후죽순형’ ‘불협화음형’ 초고층 아파트를 만드는 것은 도시 품격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오늘날 도시재생 관련 바이블로 꼽는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1961년 발행)’이란 명저를 펴낸 제인 제이콥스가 살아있다면 초고층 아파트로 스카이라인이 지저분해진 광주를 보고 뭐라고 훈수를 했을까? 책에 있는 표현처럼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는 높은 곳에만 머무르지 말고 낮은 곳으로 돌아오라”고 일갈하지 않았을까 싶다. ‘문화수도’ 운운할 게 아니라 광주의 건축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때가 됐다.
광주의 스카이라인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건가?
그런데 요즘 광주 제2순환도로 같은 구간을 달리면 예전 느낌이 아니다.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고층 아파트들이 여기저기에서 불쑥 머리를 내밀고 있어 볼썽사납다. 유스퀘어 인근 48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구도심 재개발로 등장한 고층 아파트들은 광주 스카이라인을 크게 바꿔 놨다. 유·스퀘어 인근에 35층 ‘빌리브 트레비체’와 39층 ‘화정아이파크’가 완공되면 스카이라인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걱정이다.
광주의 예전 스카이라인은 아주 괜찮았다. 특히 영산강 풍영정에서 바라보는 도심과 무등산 방향 스카이라인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었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조선대와 금남로에 늘어선 빌딩, 그 주변에 높이가 엇비슷한 아파트 단지 등이 원경∼중경∼근경의 단계적 스카이라인을 보여줘 광주를 그리고 싶다는 명망있는 화가들 그림의 단골 소재거리였다. 상무지구가 조성되고 이곳에 고층 빌딩들이 들어설 때만 해도 영산강 제방에서 바라보는 무등산 쪽 스카이라인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곳곳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가 스카이라인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카이라인 변형에 대한 우려는 지금부터다. 전국 1위 ‘아파트 도시’라는 숙명 때문이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광주 시민의 아파트 거주는 63.5%로 전국 1위였다. 2017년 통계청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광주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78%로 역시 전국 1위였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아파트 절반 정도가 2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에 속한다. 이들 아파트가 향후 축차적으로 재건축 재개발된다고 가정해 보라. 건설업자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아파트의 초고층화를 더욱 부추기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스카이라인은 볼품없게 변형되고 왜곡될 것이 뻔하다.
스카이라인을 왜곡시키는 초고층 아파트 건축업자를 탓할 생각은 없다. 건축과 부동산개발자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제적 행위 아닌가. 구도심에서 행해지는 이런저런 유형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탓할 생각도 전혀 없다. 이들 사업은 도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계획에 입각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 광주시 도시 및 건축 정책을 비난할 생각은 더더욱 아니다. 건설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심미성을 잃어가는 광주의 스카이라인 왜곡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적의 대안은 시민들이 나서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민주 도시의 시민’을 자처하는 광주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경주하듯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가는 초고층 아파트들을 그저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는가. 시민 단체들도 스카이라인이 주변 경관과 부조화(不調和)를 이루는 작금의 상황을 이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목소리를 내고 적절한 대안을 광주시에 제시해야 한다. 게다가 자칭 ‘문화수도’를 지향한다는 광주가 ‘우후죽순형’ ‘불협화음형’ 초고층 아파트를 만드는 것은 도시 품격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오늘날 도시재생 관련 바이블로 꼽는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1961년 발행)’이란 명저를 펴낸 제인 제이콥스가 살아있다면 초고층 아파트로 스카이라인이 지저분해진 광주를 보고 뭐라고 훈수를 했을까? 책에 있는 표현처럼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는 높은 곳에만 머무르지 말고 낮은 곳으로 돌아오라”고 일갈하지 않았을까 싶다. ‘문화수도’ 운운할 게 아니라 광주의 건축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때가 됐다.
광주의 스카이라인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