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재생 준비중
2019. 05. 29(수) 19:01 가+가-
또 오월이 간다. 광주에 살고 있는 죄로 일년 열두 달 중 가장 화려한 달 오월이 그럭저럭 즐겁지 않은 달이다. 그네들을 떠나보낸 지난 39년 동안 제삿날이 된 5월은 늘 아프고 우울한 달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광주가 좀 덜 외로웠다. 그동안 쏟아져 나온 광주 관련 영화들 탓인지 다른 시각으로 광주를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 특히 젊은이들, 어린이들까지 5·18을 관심 있게 바라봐 준 것, 너무 감사했다.
5·18을 직접 겪었던 세대가 광주를 떠나고 나면 박물관의 유물처럼 굳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이젠 안 해도 될 것 같다. 살아있는 젊은이들이 대를 이어가고 있으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첫 광주 형사재판 때 ‘훌라송’에 맞춰 구호를 외쳤던 광주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5·18을 맞아 주민들과 함께 518개의 주먹밥을 만들어 경로당에 전달했다는 소식은 정말 뭉클했다. 광주시 동구 지산2동 지산마을주민협의회와 동산초등학교는 17일 5·18의 상징인 주먹밥 체험행사를 진행했는데, 동산초 재학생들과 주민 500여명은 518개의 주먹밥을 만들어 8곳의 경로당을 찾아가 주먹밥을 전달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과거 발표한 ‘마 시티’(Ma City)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 노랫말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역사적으로 공부하는 외국인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5년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 pt.2’에 수록된 ‘마 시티’는 광주 출신 멤버인 제이홉 등 멤버 3명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멤버 각자가 자란 도시를 주제로 담았다. 제이홉은 이 노래에서 “나 전라남도 광주 베이비(baby)”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 다 눌러라 062-518”이라고 랩을 한다. 팬들은 062는 광주의 지역 번호, 518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가리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외국 팬은 실제로 광주의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덕에 광주를 찾은 해외젊은이(ARMY)들 해외 팬들은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5·18을 퍼 나르고 있다. 한국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5·18에 관심을 갖고,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5·18 40주년이다. 필자와 같은 이들은 지난 40여년 동안 5·18과 함께 살았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저런 어린아이도, 이런 순수한 청년들도 5·18을 기억하고 규명하려 애쓰는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 다른 가해자들은 5·18을 부정하고 5·18을 폄훼하고, 아직도 5·18을 힐난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5·18은 군사 쿠데타에 항거한 시민 저항운동이다. 정치적 공백기를 틈타 정권 장악에 나선 신군부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한 광주를 제압하기 위해 그들은 광주에 공수부대와 특전사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켜야할 시민들에게 군부는 총부리를 겨눴고 난도질했다. 폭력적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숨지고 불구가 됐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230여명. 부상자를 포함하면 사상자는 3천400여명에 이른다. 살아남은 자들은 지금도 고통스럽다.
지금 광주의 가장 큰 고통은 숭고하게 숨진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언과 폄훼를 지켜보는 것이다. 최근 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5·18은 폭동이다’, 김순례 의원은 ‘5·18유공자는 세금을 축내는 괴물집단이다’, 지만원은 ‘5·18은 북한이 사주한 것’이라며 희롱했다. 인두겁을 쓰고 할 말인가 싶다.
5월을 보내면서 영령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5·18에 대해 갖은 비방과 욕설을 일삼아온 자유연대 등 일부단체는 5·18추모기간인 17-18일 광주 일대에서 집회까지 했다. 오월 영령이 잠든 5·18민주묘지 앞,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진 금남로, 오월 항쟁의 발원지인 전남대 등 상징적인 장소만 골라 비방집회를 하는 이들은 바라보는 광주시민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
‘홍어 무침’이라고 부르는 엽기적인 표현, 망언과 왜곡, 폄훼, 혐오 표현까지 아무 제지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단죄할 사람을 단죄하지 않는 탓이다. 진실 규명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곡 은폐된 역사를 바로 잡지 않아서다.
해서, 바란다. 제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작년에 출범할 예정이었던 진상규명조조사위원회를 빨리 가동하라.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 범위는 발포 경위와 책임자, 진실 왜곡 및 조작 경위, 암매장지 소재 확인과 유해 발굴, 민간인 학살 등이다. 성범죄와 헬기 사격 등도 조사 대상이다. 시민 행세를 하는 특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됐다는 당시 미 육군 군사정보관의 새로운 증언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여·야는 합심해서 하루라도 빨리 진상조사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광주 국회의원들은 뭘 하고 계신가. 5·18의 폄훼와 왜곡을 막기 위한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에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5·18은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숭고한 민주화운동이자 군부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우리나라 현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광주의 자랑이다. 이제 제발 5·18가지고 이념논쟁 말라. 5·18은 역사적, 정치적,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거듭 정의하자면, 12·12 군사 반란과 불법적인 계엄에 맞선 민주화운동이다. 그 과정에서 권력욕에 눈 먼 정치군인들이 시민들을 학살한 참극에 다름 아니다. 5·18은 6·29를 거쳐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 피웠다.
그 누가 우리의 이 먹먹한 가슴을 아나. 39번째 오월도 가고 있다.
그나마 올해는 광주가 좀 덜 외로웠다. 그동안 쏟아져 나온 광주 관련 영화들 탓인지 다른 시각으로 광주를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 특히 젊은이들, 어린이들까지 5·18을 관심 있게 바라봐 준 것, 너무 감사했다.
5·18을 직접 겪었던 세대가 광주를 떠나고 나면 박물관의 유물처럼 굳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이젠 안 해도 될 것 같다. 살아있는 젊은이들이 대를 이어가고 있으니.
더군다나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과거 발표한 ‘마 시티’(Ma City)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 노랫말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역사적으로 공부하는 외국인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5년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 pt.2’에 수록된 ‘마 시티’는 광주 출신 멤버인 제이홉 등 멤버 3명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멤버 각자가 자란 도시를 주제로 담았다. 제이홉은 이 노래에서 “나 전라남도 광주 베이비(baby)”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 다 눌러라 062-518”이라고 랩을 한다. 팬들은 062는 광주의 지역 번호, 518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가리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외국 팬은 실제로 광주의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덕에 광주를 찾은 해외젊은이(ARMY)들 해외 팬들은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5·18을 퍼 나르고 있다. 한국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5·18에 관심을 갖고,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5·18 40주년이다. 필자와 같은 이들은 지난 40여년 동안 5·18과 함께 살았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저런 어린아이도, 이런 순수한 청년들도 5·18을 기억하고 규명하려 애쓰는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 다른 가해자들은 5·18을 부정하고 5·18을 폄훼하고, 아직도 5·18을 힐난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5·18은 군사 쿠데타에 항거한 시민 저항운동이다. 정치적 공백기를 틈타 정권 장악에 나선 신군부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한 광주를 제압하기 위해 그들은 광주에 공수부대와 특전사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켜야할 시민들에게 군부는 총부리를 겨눴고 난도질했다. 폭력적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숨지고 불구가 됐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230여명. 부상자를 포함하면 사상자는 3천400여명에 이른다. 살아남은 자들은 지금도 고통스럽다.
지금 광주의 가장 큰 고통은 숭고하게 숨진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언과 폄훼를 지켜보는 것이다. 최근 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5·18은 폭동이다’, 김순례 의원은 ‘5·18유공자는 세금을 축내는 괴물집단이다’, 지만원은 ‘5·18은 북한이 사주한 것’이라며 희롱했다. 인두겁을 쓰고 할 말인가 싶다.
5월을 보내면서 영령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5·18에 대해 갖은 비방과 욕설을 일삼아온 자유연대 등 일부단체는 5·18추모기간인 17-18일 광주 일대에서 집회까지 했다. 오월 영령이 잠든 5·18민주묘지 앞,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진 금남로, 오월 항쟁의 발원지인 전남대 등 상징적인 장소만 골라 비방집회를 하는 이들은 바라보는 광주시민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
‘홍어 무침’이라고 부르는 엽기적인 표현, 망언과 왜곡, 폄훼, 혐오 표현까지 아무 제지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단죄할 사람을 단죄하지 않는 탓이다. 진실 규명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곡 은폐된 역사를 바로 잡지 않아서다.
해서, 바란다. 제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작년에 출범할 예정이었던 진상규명조조사위원회를 빨리 가동하라.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 범위는 발포 경위와 책임자, 진실 왜곡 및 조작 경위, 암매장지 소재 확인과 유해 발굴, 민간인 학살 등이다. 성범죄와 헬기 사격 등도 조사 대상이다. 시민 행세를 하는 특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됐다는 당시 미 육군 군사정보관의 새로운 증언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여·야는 합심해서 하루라도 빨리 진상조사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광주 국회의원들은 뭘 하고 계신가. 5·18의 폄훼와 왜곡을 막기 위한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에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5·18은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숭고한 민주화운동이자 군부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우리나라 현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광주의 자랑이다. 이제 제발 5·18가지고 이념논쟁 말라. 5·18은 역사적, 정치적,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거듭 정의하자면, 12·12 군사 반란과 불법적인 계엄에 맞선 민주화운동이다. 그 과정에서 권력욕에 눈 먼 정치군인들이 시민들을 학살한 참극에 다름 아니다. 5·18은 6·29를 거쳐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 피웠다.
그 누가 우리의 이 먹먹한 가슴을 아나. 39번째 오월도 가고 있다.
